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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Nov 25. 2021

이상적인 아내와 현실적인 남편은 어떻게 안녕할까_

우리는 어느 지점에서 안녕할까_


몇 개월 전 '브런치'에 통과했다.


막상 되고 나면 뭐든 써낼 거라는 다짐과는 달리 현실에 안주하며 그저 바삐 지냈다.



안타깝게도 나는 주제를 정하지 못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느끼고 쓴 탓에 분류되지 않았다. 더욱이 '책'을 욕심낸 순간부터는 온몸에 힘이 들어가 기껏 말랑해진 뇌마저 딱딱해져 버렸다. 그 후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필사만 했다.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필사'안에서만 마음이 안녕해졌다.



얼마 전 좋은 일자리 앞에서 남편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 지원한다고 합격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나는 망설였고, 남편은 좋은 기회를 놓치려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 했다. 무거운 침묵 뒤에 남편이 물어왔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거야? 다른 계획이 있으면 알려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도 아쉬워하지 않지."



나 역시 기회가 아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혹여 된다면 내가 찾은 쓰는 기쁨에서 멀어질 것 같은 마음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응. 지원 안 하고 싶어. 그런데 당장 어떤 계획은 없어.."



주눅 든 아이 모습을 하고 답했다.



현실적인 남편은 이런 내 모습이 답답한지 또 한 번의 침묵이 이어졌다. 아내가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계획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겠지만 자신의 질문에 주눅 든 모습을 한 아내와의 대화가 불편해 보였다.



잘 지내다 우리가 부딪히는 부분은 늘 이렇듯 현실과 이상의 대립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서점을 하고 싶어. 하지만 당신은 현실적인 사람이라 수익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나만 좋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서로 성향이 다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고..."



남편은 내 앞에서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그 말은 꽤나 아프다. 그렇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돈을 좇으며 살기 싫다는 모순을 갖고 있는 아내.



"나는 당신이 서점을 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조금 더 표현해 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도 더 이상 다른 것을 권하지 않지."




우리는 달라서 좋기도 했지만, 서로의 속도가 달라 대화를 나누는 타이밍이 어긋나기도 했다. 자신과 달리 이상적인 아내를 멋있어하던 남편은 다시 응원하며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남편의 말을 듣고 안일한 마음을 두드려 깨운다.



마음을 주고받다 보면 의도치 않게 생채기가 나기도 하지만, 그 너머엔 아직 더 알아야 하는 서로의 모습이 있다.



'우리는 서로를 해하기 위함이 아닌 서로를 위하기 위함이라는 걸'


그것만 잊지 않으면 우린 길을 잃지 않는다.








© goldensson, 출처 Unsplash





답답해서 미안합니다만 조금 돌아가더라도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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