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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Nov 25. 2021

불 멍

나 혼자만으로 피어날 수 없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



불은 바람에 의해 춤추고 있었다.

일렁이고 싶지 않던 불은 바람이 없으면

자신도 타오를 수 없다는 걸 안다.


오늘도 춤추고 싶지 않은 불이지만

속없이 이리저리 바람의 박자를 맞추고 만다.


장작 역시 속이 말이 아니다.

죄 타들어갔다.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새벽 서리를 머리에 인 모습으로 잠들고 싶었다. 

조금만 더 태우면 쉴 수 있다.






불 멍 





곁에서 책을 펴 들고 폼 잡는 여자가 추울까 마음에 걸리지만 오늘은 이만 쉬고 싶다.

불이 춤을 멈추면 밤새 춤추느라 고단했을 그 찬란한 불꽃을 자신의 재 안에 쉬게 할 참이었다.



여자가 갑자기 책을 놓고 일어났다.

여자는 장작 네 개를 포개어 넣는다. 

아무래도

곁에 있는 장작을 다 태울 모양이다.



불씨의 붉은 열기는 마른 장작에 스며들어 속을 태우기 위해 애를 쓴다. 

연기가 자욱하다. 순식간에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여자는 눈이 매운지 눈물이 한 바가지다. 괜스레 불은 여자에게 미안해진다.




다시 활활 타오르기 위해서 견뎌야 하는 시기가 있다.

추운 바람을 맞고 기다리고 매운 연기를 뜨거운 눈물로 씻어내야 하는 시간.



여자는 연기가 빠지도록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고, 그 사이 바람들이 밀려들어와 장작이 불꽃을 피우길 도왔다. 그러고는 연기를 껴안고 유유히 사라졌다.



공간 안은 온기로 채워졌다. 여자는 다시 책을 꺼내 들고 옅은 밑줄을 그었다. 이 순간을 만나기 위해지나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여자는 얼룩이 짙은 의자에 파묻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불은 바람 때문에 좋아하지 않은 춤을 춘다 여겼다. 바람이 제멋대로 자신을 쉬지 않게 하는 것이라..


불과 여자는 새롭게 불을 짚이며 같은 생각을 한다. 



'나' 혼자만으로는 피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_



불은 바람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자신이 존재하는 기쁨에 춤을 췄다.

여자는 춤추는 불 곁에서 충만함을 느꼈다.


자신을 태워 불을 밝히는 게 '누군가'를 위해서라고 여겼던 시간들이 연기처럼 빠져나갔다.

재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올랐다.



'재가 된다는 건_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_'



'나'를 있는 그대로 태워 자유롭게 노닐도록 하는 것.

여자는 그날 불 곁에서 늦게까지 불장난을 했다.

다행히 그날 밤 이불에 실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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