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Nov 28. 2021

고뇌하는 너의 가슴속에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젊은 수도자에게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수도자에게



고뇌하는 너의 가슴속에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모든 마당과 모든 숲 모든 집 속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들 속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목적지에서 모든 여행길에서

모든 순례길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길에서 모든 철학에서 모든 단체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행동에서 모든 동기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에서

그리고 모든 말들 속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마음속의 광명뿐 아니라

세상의 빛줄기 속에서도

진리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온갖 색깔과 어둠조차

궁극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진정으로 진리를 본다면

진정으로 사랑하기 원한다면

그리고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광활한 우주의 어느 구석에서도

진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_스와미 묵다 난다(20세기 인도의 성자)







[ 나 다 운 이 야 기 ]


"언니~ 사는 게 '무의미'해..."

대학 시절 함께 학교를 다니던 동생이 줄곧 하던 말이다.

벚꽃이 흩날리던 교정, 불빛이 뭉그러지게 빛나 보이는 술집.

그곳이 어디든 적막이 흐를 때면 한숨처럼 '무의미'라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그 한숨을 들을 때면 뭐라 답했을까?

그마저도 20여 년 지나고 나니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20대..

왜 삶을 '무의미'하다고 했을까?

나는 동생에게 제대로 된 질문조차 하지 않고 그저 술이나 권했다.

구겨 넣어진 마음들은 술 한 잔에 부풀어 올라 결국 다른 형태의 수분으로 흘러내렸다.

그 순간 '무의미'에 대한 답은 그저 취기 어린 눈으로 번진 달이나 함께 보는 것이었다.

도심과는 거리가 먼 대학교였기에 우리는 굴다리 아래서 밤바람을 맞으며 막걸리 한 사발에 청산~을 흥얼일수 있었다. 생각도 사물도 마취기운이 올라올 쯤이면 그대로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정적으로 나눈 대화


아침이면 퉁퉁 부은 눈을 마주 보며 그저 같은 시간 함께 진상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고 해장이나 하러 가자했던 세세히 표현되지 못한 시간들 안에 청춘의 삶은 '의미'를 그리고 있었다.






마구잡이로 쓰고 싶었다.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른 채_

 그냥 지금 이 순간 의식의 흐름으로_

마음속에 먹구름을 구겨 넣은 것도 아닌데 자꾸 꺼내어 널고 싶었다.

어느 순간, 무엇이라도 된 것처럼 '글쓰기 법'을 따르려는 내 머릿속을 휘젓고 싶었다.

잔뜩 뒤섞여 진흙탕이 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서서히 내려앉는 그 변화들을 보고 싶었다.

진흙탕이 될까 두려워 흔들리지 않게 유지했던 그 지루한 시간을 한 번쯤은 뒤집어 보고 싶었다.


하루를 마치고 누웠다가 헛헛한 마음에 다시 일어나 앉아 시집 하나를 펼쳐 들었다.

해오던 '필사'라도 하면 이 허함이 채워질까.. 싶어서였다.

하루 중에 나를 느끼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렇게 시집을 보다가.. 어이없이 웃고 만다.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시가 아닌 누군가가 보면 좋을 시를 찾고 있었다.


이럴 땐 한마디 해줘야 한다.

빌어먹을_


'고뇌하는 너의 가슴속에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한바탕 휘젓었으니 바람 부는 날 빨랫줄에 걸린 채 살랑살랑 말려야겠다_

요즘은 건조기가 빠르겠다.








이상해도 괜찮아_

그런 날도 있는 거지_

이곳은 내가 만든 정원이니까_

오늘 그저 흙을 한번 뒤집어 둔 거야_

아직 삽이 들어가니

얼마나 다행이야_

얼어있는 땅은 뒤집을 수도 없으니_

흙내음 맡으며 좀 느껴보는 거야_

흠...

아침이면 발동동 미쳤어~ 미쳤어~ 할지도 몰라_


그럼 어때_

안 그래 본지 너무 오래야_


나이만 늘어난 어른인 척 오늘은 안 할래_


작가의 이전글 불 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