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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Nov 30. 2021

솔직해지는 날

못 이긴 척

비오는 날 시 /  나다운이야기


솔직해지는 날




시간은 아침인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어둑한 창밖은 아직 하루를

열 생각이 없어 보이건만

시계는 소리 없이 채근한다


출근 준비를 위해 거울 앞에  선다

뜨겁게 달궈진 고데기로

갈길 잃은 머리칼을 편다

너에게는 고문이겠으나

나에게는 품위다


거울 앞에서 나만 알 수 있는 만족감으로

치장을 마무리하고

문을 나서다 비가 오는 걸 보고

재빨리 우산을 챙긴다


다른 곳은 젖더라도 머리만은 사수하리라


그렇게  지켜냈건만

빗물을 머금은 바람이

제 멋대로 흐트러 놓은 머리칼


곱슬머리를  가진이들만이 알 수 있는

곱슬머리의 진실



알고 있다.

궂은날

곱슬을 피하는 방법을


모자를 쓰거나

미용실에서 매직을 해서 몇 개월간

자유를 얻거나


자유롭게 드러내거나


감추려는 것들은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상황에 떠오른다


이 세련되지 못한 부스스함은

숨길수록 더 얇아지고 끊어진다


멋진 폼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담은 눈빛을 하고서


그런 날일지도 모른다

애를 썼는데도 어이없이 다시 처음이 돼버린 날

기껏 펴놓은 머리칼이 비로 인해

 길 잃은 머리칼로

돼버린 날


나를 이야기하기 좋은 날일지도_

못 이긴 척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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