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Nov 30. 2021

소꿉놀이 중입니다_ 역할은 작가입니다_

 

브런치에 오니 나를 작가님이라 한다. 어쩌다가 나는 글 몇 자를 이어 쓰다 보니 글쓰기를 하고 있다. 작가가 꿈이었던 적이 단 한번 없던 나는 지금껏 작가를 꿈꾸지 않고 내 글이 돈이 되길 꿈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가처럼 살아가고 있다. 세상 보기를 글감 보듯 하고, 글을 쓰고는 독자가 될지도 모를 이들의 반응을 살핀다. 내 글의 조회수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는다. 이러고는 작가가 꿈이 아니라고 말하고, 대중의 관심보다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말한다. 참, 재수 없지 않은가..


내가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리 없는 이 작가 놀이가 질리지 않다. 높이 오르지 않았으니 떨어질 리 없는 지금이 딱 놀기 좋다. 꼭 작가여야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과 나를 구독하는 이들이 적어서 자유롭다. 이 자유로움 안에서 나는 내 글이 언젠가 돈이 되길 바란다. 비 오는 날은 솔직하기로 내 곱슬머리와 약속했으니 하는 말이다. 아이들도 소꿉놀이를 하며 공주가 되고 왕자가 된다. 나처럼 진짜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즐거움을 누리며_




올해 마지막 비는 이미 지났을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비켜나 겨울비가 내리는 오늘이다. 그 탓일까.. 버티고 있던 나뭇잎이 빗물에 젖어 그 무게를 안고 떨어졌다. 자칫 초라해 보일 추락에 바람이 불어 조금 긴 비행을 마쳤다.


어느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사람은 언제 추락할지 모를 두려움에 '손뼉 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한다. 그 모습이 목련과 수국을 닮아 보였다. 화려하게 피었다 높은 곳에서 추락하고 그 자리에서 타들어가며 저버린 그 꽃들에 눈이 가면서도 선뜻 좋아하는 꽃이라 말한 적 없다. 언제나 생명력이 길고 지는 모습이 정갈한 꽃들을 좋아한다 했다. 그건 '성공하는 삶'보다는 '안정적인 삶'이 좋아요 라며 피지 못한 나를 대변하는 답이었다. 성공을 위해 직진으로 내달리는 이들을 존경하면서도 내심 그들의 성공이 탄탄하지 않을 거라는 내 안의 오만과 질투였다.


지는 게 두려워 피지 않길 바랬고, 잊히는 게 두려워 깊이 알기를 망설였던 나는 지금 여기 내가 피어있음을 안다.


오늘 작가 놀이는 문학계 거물이 되어 어느 순간 독자들에게 잊히는 상상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순간이 이렇게나 좋다. 잊혀지거나 추락할 걱정 없이 마냥


꽃은 지는 걸 생각하며 피어나지 않았다.

오직 매일 살아있었을 뿐_






작가의 이전글 솔직해지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