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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의 시간을 지나 역시에 도착한다.
by
baraem
Apr 4. 2023
흔히 '혹시' 필요한 물건은
'역시'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가끔은 '혹시' 필요할지도 모를 물건이
'역시' 잘 챙겼다며 스스로를 칭찬하게도한다.
뚫렸다_
내 곁을 노닐던 충만했던 시간에 바람이 불었다.
'혹시'했던 오랜 염려가
'역시'라며 마음에 구멍을 내버렸다.
내가 만든 '혹시'라는 준비가 미리 그 구멍을 그려둔 걸까?
아름답던 벚꽃의 흩날림과 달리
마음에 들이친 비바람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내놓다_
찰나의 순간 모든 사물에게서 의미를 앗아간다.
내가 취한 이 모든 감상적인 것들이
비바람에 젖어 무겁고 빠르게 침몰했다.
수영도 못하는데.. 꽃놀이 더 하고 싶은데..
뒤늦게 열린 감상 놀이도 놓치기 싫은데..
이유가 많다.
마음의 침몰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_
손을 내놓았다.
황급히 나를 건져올려주기를
벗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는 다급하게 잡아올렸다.
물은 뚝뚝 떨어져 차츰 살랑거려졌다.
"내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_
내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어_"
말한다고 도려질 리 없는데도 낮게 웅얼거렸다.
바램 필사 /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래,
내가 뭐 관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그거야말로 터무니없는
교만이 아니었을까"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바램 시쎄이 / 봄밤
애증_
아프다는 건 애정이 있다는 것이다.
도려내고 싶다는 건 미움이 있어서다.
그 진흙 같은 감정에 담기는 게 싫어 분리하려 하지만
노른자만 빼냈다고 달걀이 아닐 리 없었다.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두려움을 말한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앞에서
할 수 없는 일은
과감히 던지고 할 수 있는 일을 다짐한다.
이
'역시'
지나갈 거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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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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