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필사를 하며
내 유년기와 청년기를 훑고 지나왔다.
그 시절 기억되는 감정이
죄 낮게 깔린 줄만 알았는데
그 안에 지금 나를 지탱시키는
자연의 힘이 있었다.
엄마가 되고
아직 덜 자란듯한 내면에
데미안을 읽히고서야
실로 허무맹랑한 그 모든 고민들이
실은 나를 채우고싶은 열렬한 갈망의
크기와 같았음을 안다.
책 한권의 모든 부분이
내게 살이 되진 않는다.
책 한권 중
어느 한페이지, 한 문장, 한 단어가
내게 꽂혀 자라난다.
비수로 꽂히더라도 곪은 것들을
쏟아내고 재생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선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데미안을 꼽는다.
후반부 내용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없었다.
나는 책을 이해하려는게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