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Aug 24. 2023

존재하지 않는 의무 데미안

데미안 필사를 하며

내 유년기와 청년기를 훑고 지나왔다.


그 시절 기억되는 감정이

죄 낮게 깔린 줄만 알았는데

그 안에 지금 나를 지탱시키는

자연의 힘이 있었다.


엄마가 되고

아직 덜 자란듯한 내면에

데미안을 읽히고서야

실로 허무맹랑한 그 모든 고민들이

실은 나를 채우고싶은 열렬한 갈망의

크기와 같았음을 안다.


책 한권의 모든 부분이

내게 살이 되진 않는다.


책 한권 중

 어느 한페이지, 한 문장, 한 단어가

내게 꽂혀 자라난다.


비수로 꽂히더라도 곪은 것들을

쏟아내고 재생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선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데미안을 꼽는다.


후반부 내용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없었다.


나는 책을 이해하려는게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싶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광장'의 서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