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광장
쓰고 나서도 잘못 쓴 건가?
다시 살펴본다.
드넓은 광장을 상상하다가
귀엽게 쓰인 '광장'이라는 단어를 보니
쾌지나 칭칭 나네~
꽹과리 치는 소리가 따라붙는다.
요는
서문에 서문
서문에 또 서문
서쪽으로 난 문이 여러 개다.
어느 문을 열어도 광장이건만
새롭게 문을 칠해
언제든, 누구든 들어오게 만들어뒀다.
밀실.
책을 오래도록 읽진 않았지만
시기별로 두드러지는 단어들이 있다.
한참 열광했더라도
어느 순간 식상해져 버린다.
옷장에 언제고 다시 입을 것처럼
걸어둔 옷처럼
유행은 돌아오나
그 폼은 달라졌다.
그 사이
지금 시대에 맞게
소화해 낼 능력을
나는 키워냈던가_
결국 비슷하지만 뒤처진 옷을
아쉬워하며 의류 수거함에 넣는다.
그러고는 비슷한 옷을 사들인다.
이 밀실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나는 이 단어에 전율한 적이 없다.
옷장 어디를 봐도
걸려있지 않다.
꺼내 입을 고민 없이
사들고 와 몸에 대본다.
밀실만 있어서는 폼이 안 난다.
광장이 붙어야 한다.
과감하지 못한 내 패션에
코디된 그대로의 밀실과 개인의 광장을
들인다.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상관없다.
내가 아는 게
내 귀를 통한건지
내 눈을 통한건지
내 마음을 통한건지
그것조차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나는
어느 속에서 살고 있나.
내가 층층이 쌓아가는 지층은
이 비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두텁고 무거운가.
나는 어디에 살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