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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Aug 09. 2023

'광장'의 서문

필사 





광장


쓰고 나서도 잘못 쓴 건가?

다시 살펴본다.

드넓은 광장을 상상하다가

귀엽게 쓰인 '광장'이라는 단어를 보니

쾌지나 칭칭 나네~

꽹과리 치는 소리가 따라붙는다.


요는

서문에 서문

서문에 또 서문

서쪽으로 난 문이 여러 개다.

어느 문을 열어도 광장이건만

새롭게 문을 칠해

언제든, 누구든 들어오게 만들어뒀다.



최인훈 광장 나다운 필사 모임 책
최인훈 서문 광장 밀실 필사 




밀실.


책을 오래도록 읽진 않았지만

시기별로 두드러지는 단어들이 있다.

한참 열광했더라도

어느 순간 식상해져 버린다.


옷장에 언제고 다시 입을 것처럼

걸어둔 옷처럼

유행은 돌아오나

그 폼은 달라졌다.


그 사이

지금 시대에 맞게

소화해 낼 능력을 

나는 키워냈던가_


결국 비슷하지만 뒤처진 옷을

아쉬워하며 의류 수거함에 넣는다.

그러고는 비슷한 옷을 사들인다.


이 밀실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나는 이 단어에 전율한 적이 없다.

옷장 어디를 봐도

걸려있지 않다.

꺼내 입을 고민 없이

사들고 와 몸에 대본다.


밀실만 있어서는 폼이 안 난다.

광장이 붙어야 한다.

과감하지 못한 내 패션에

코디된 그대로의 밀실과 개인의 광장을

들인다.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상관없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최인훈 / 광장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 최인훈 광장 




내가 아는 게

내 귀를 통한건지

내 눈을 통한건지

내 마음을 통한건지


그것조차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나는

어느 속에서 살고 있나.


내가 층층이 쌓아가는 지층은

이 비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두텁고 무거운가.


나는 어디에 살고 있나? 





최인훈 광장 / 필사책 / 필사노트 / 필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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