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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ul 21. 2023

왜곡된 1.5배속


어린 시절 분명 시계는 게을렀다.


서른 살의 언덕을 넘었더니

신기하게

시계가 부지런해졌다.


누가 시계한테 자양강장제를 먹인 게 분명했다.


바빠진 시계 따라

발걸음도 빨라지고

마음도 빨라져

기다림은 초조하다.


시간이 금이 되면서는

점점 오르는 금값 따라

약속을 어기는 사람에 화가 났다.


빨리 배워야 했다.

도움을 받기 위한

온라인 영상은

대면이 아니니

미안할 것 없이

목소리의 뭉개짐 없는

1.5배속을 선호했다.


화면 속 인물들은 낭랑한 목소리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전했다.

영상으로 정보를 주는 사람이라 그런지

당당한 목소리가 썩 잘 어울렸다.


그렇게 내 멋대로 속도를 올린 목소리에

익숙해지면서

말이 느린 사람과의 대화가 답답했다.

느린 말 속도 따라 표정도 느렸다.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로 잘 달리는

자동차가 답답해 앞지르고 싶은 마음이랄까

말이 진행 될 방향으로 말을 끊고 들어가

빠르게 매듭을 지으며

제법 분위기를 이끄는 자라며

나만 알 수 있는 소리 없는 목젖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한 온라인 강연을 듣던 중

오감으로 쓰는 글이 좋은 글이라며

글쓰기 강의 중 수강생의 예시글을

낭독해 주는 부분이 있었다.

재생속도를 보통으로 바꿨다.




낭랑하기만 했던 강연자의 목소리는

늘어난 테이프 소리 같아

재생속도를 느리게 설정한 건 아닌가

다시 살폈다.


재생속도는 보통이었다.

표정도 보통이었다.

빠른 속도로 느낀 목소리의 당당함보다는

함께하려는 마음의 표정이었다.


1.5배 빨라진 영상 따라

보고 있는 내 마음도 빨라졌고

그마저도 귀로 들으며

다른 것을 동시에 하고 있던

내가 앉은 현장이 일시정지되었다.


그래 맞다.

차를 타고 가다

이쪽저쪽 차선을 바꾸며

바쁘게 움직이는 차를 보며

'얼마나 빨리 가려고 저러나'했다.

그러곤 신호가 바뀌어

멈춰있는 그 차를 만나면

속으로 조롱했다.

'결국 만날 것을~'


그래 맞다.

시간이 금이 되는 순간

금에 반하는 사람을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금이 될 수 없다.

금은 빨리 만들어내는 속성이 아니라

기다리고 연마해야만 빛을 내니


나는

순금보다

귀한

지금을 귀하게 캐야지.




<아이가 독후감을 잘 쓰고 싶다고 해서 영상을 검색하던 중 관련영상으로 보게 된 이슬아 작가의 글쓰기 사랑에 포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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