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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ul 12. 2023

5억 년 버튼

하모니 책방 오늘의 글감 3일 차 

오늘의 글감: 

5억년 버튼을 아시나요? 버튼을 누르면 누른 사람의 정신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5억년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5억년이 지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바로 1천만 원이 제공됩니다. 누른 사람 입장에서는 "어라? 순식간에 1천만 원을 벌었네"라고 할 것입니다. 당신은 버튼을 누를 것인가요? 아니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 




5억 년이 지나면 1천만 원의 가치는 1천 원이 되어있지 않을까?

5억이라는 돈은 나와 다른 사람들이 사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숫자에 불가하다고 여겼던 시간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1억이 삶의 고지였던 어느 시기의 나는 그 고지를 오르기 위해 제법 애썼다고 생각했는데 오르기도 전에 다리에 쥐가 나고, 산소가 부족해 언덕배기에서 포기를 위장한 휴식을 취하며 머물기를 반복했다. 


숫자의 끝은 무한이라고 하나 돈을 보자면 자신이 보고 겪은 바로 입력되는 게 숫자의 세계였다. 

20대 직장 내에서 우스갯소리로 나를 보며 5만이라 불렀다. 그때의 나는 내 것을 사는 데 5만 원의 기준을 정해 신중을 기했다. 그렇게 3년을 일하고 다시 만난 직장동료에게 '저 이젠 10만이 됐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세상은 내 기준을 올리는 속도보다 바빴다. 


내 삶이 무한하다면 나는 오늘 이 글감을 붙잡고 머릿속을 이리저리 굴러다니게 두고 있었을까?

애쓰는 삶이 안쓰럽다 하나 100여 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보다 나은 나를 위한 애씀이니 아름답다고 칭송하고 싶은 이 마음 역시 무한하지 않기에 가능한 건 아닐까. 


나는 도깨비의 공유가 아니고 공유가 그처럼 기다리던 김고은도 아니다.

그 숱한 세월을 살며 5억 년의 우주를 가진 이의 삶이 잊히고 고작 1천만 원이라는(5억 년 후의 화폐가치) 지폐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딴지를 거는 나는 그 버튼을 누르지는 못하고 누가 누르나 지켜보는 입장일 테지. 내가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아마 생의 끝자락엔 그 버튼이 그리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이건 만화를 읽지 않고 쓴 글이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시작 한 시작은 다시 처음을 부른다.>







한 번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5억 년 속의 나는 잊어버리고 지금 이 상태로 돌아온다고 하니말이다.

하지만 손에 1천만 원을 들고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는 돈의 여운을 잊을 수 있을까?

한 번의 손맛을 기억하고 수많은 순간을 투자해 이익을 남기려는 내 마음을 이길 수 있을까? 

주식으로 겪은 교훈은 그 어느 것도 내 수중에 들어오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나를 넘어서는 욕심은 위로 쏘아놓은 활처럼 오르다 중력의 힘을 벗 삼아 날카롭게 나를 향해 내리꽂았다. 


그 경험이 나를 주식과 선을 지키는 사이로 만들어 주었으나, 5억 년 버튼은 기억되는 경험이 없으니 내 행위를 합리화하며 버튼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할 것 같다. 살아오는 동안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마 이처럼 버튼 앞에서 누를 것인가 아닌가에 제법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나는 누르지 않으련다.

하지만 때때로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 거센 유혹이 삼켜버린 게 기억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둘러싼 세상임을 알기에 또다시 버튼을 외면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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