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만들면 달라질 거라 여겼다.
'출판사에게 받아주지 않으니 나를 내가 받아주리라!'며 독립을 선언했더랬다.
내 이름도 아닌 닉네임이 박힌 책 한 권을 서툰 솜씨로 만들어 냈다.
어설픈 책 한 권 품에 안고 거리로 나섰다.
"요즘 뭐 하면서 지내?"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가 물었다.
"요즘 뭐 하면서 지내세요?"
남편 지인이 물었다.
"그냥... 지내요~"
어설픈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고 어깨는 둥글게 말려들어갔다.
숨기는 게 많으면
내보일 게 없다는 것을,
한 번
둘러댄 거짓이
진실을
더 아프고 악하게
만든다는 것을
사놓고 입지 못한 옷처럼, 써놓고 그리 살지 않는 나는 여전히 독립되지 않았다.
독립을 꿈꾼다면 가슴에 품은 큰 뜻을 내보여야 한다.
자판을 펼치고 책을 올려둔다.
오래도록 팔리지 않아 빛이 바랜 표지와, 오래도록 숨겨져 그 뜻이 희미해진 글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나는 사연팔이라 하지 않았던가.
"요즘 뭐 하고 지내?"
"ㅋㅋ 글 써!"
'글쎄~' 보단 '글 써!'가 훨씬 간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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