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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Dec 10. 2021

외로움이 고독으로 바뀔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고독 낭만자 

외로움이 고독으로 바뀔 때 어른이 시작된 지 모른다.



혼자인 게 두려워 수많은 사람들 안에 들어서고야 안도감을 느끼던 소년은 홀로 외로운 것보다 다수 안에서 외롭기를 택했다. 사람들 틈에 온전해 보이던 소년의 얼굴에 미소가 어리지만, 제 것이 아닌 양 어색하다.


홀로 서있어도 위태로워 보이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제 몸 하나 가누기 버거워 이내 몸을 낮춘다. 욕이라도 시원하게 내뱉어도 들을 이 없건만 그마저도 꿀꺽 삼킨다. 병신.


어른이 되고 싶다던 소년은 그럴싸한 가면을 사들고 사회로 들어선다. 여덟 개 이가 드러난 미소로 군중과 어우러진다. 제법이다. 더 이상 춥지 않다던 소년은 제 심장이 몇 도인 지도 모르는 모양인지, 알고 싶지 않은 건지. 사람들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따라 웃고, 먹고, 마신다.


술에 취한 밤 버스에 오른다. 흔들리지 않으려 힘을 줄수록 세상이 휘청인다. 에라 모르겠다 몸을 의자에 집어던진 채 창에 기댄다. 고작 기댄다는 게 유리다. 아스팔트로 잘 닦인 길이건만 밤 버스는 거침없이 내달리고, 그 덕분에 소년은 창에 헤드뱅잉 하다 가면이 벗겨진다.


그리고 창을 통해 보고 만다.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의 식어버린 눈빛이다.


'너는 누구고, 나는 누구란 말인가.'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소년은 창에 드리운 소년을 향해 비틀린 웃음을 지어 보인다. 따라 웃는 소년이 애달파 눈물이 흘러내린다. 멋쩍은 듯 주위를 둘러보다 슬쩍 눈을 비비고, 창에서 눈을 떼 앞을 바라본다. 서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옆모습을 유지한다. 자꾸만 보고 싶어져 소년은 다음 정류장에서 다급히 뛰어내린다.


밤은 깊고, 사람은 없다. 추위가 밀려와 빨라진 걸음은 이내 달리기로 바뀌고 술까지 먹은 터라 소년의 심장이 터질까 걱정이다. 숨이 다할 때까지 뛰고서야 추위가 물러서고, 살려고 숨을 고르는 심장 소리만이 그와 함께한다. 소년은 살겠다고 애쓰는 심장소리에 웃음이 터지고 만다. 적당한 곳에 대자로 뻗고 나니 또다시 추위가 다가온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외로움이 말을 건다.


'누구에게서 도망치고 있냐?.'


고른 숨을 뱉으며 소년이 몸을 일으킨다.


외로움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을 만나면 꼭 답하라.

혼자서는 못 견딜 것 같던 외로움은 소년이 자신을 바라본 순간 고독으로 형태를 바꾼다. 고독은 생을 사는 동안 만나야 할 벗이다. 고독을 친구로 하는 순간 어른의 문턱을 넘는 건지도 모른다. 혼자 서 있어도 외로워 보이지 않은 이가 있다면 고독과 친구가 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밤 버스



밤 버스를 탄다면


술이라도 한잔 마셨다면


얄팍한 창에 기대지 말고


고개를 돌려


창에 비친 그 녀석한테 기대


제법 괜찮은 놈이니까



by 나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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