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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22. 2024

애쓴다

신나게 내달리다 갑자기 멈춰 서니 숨이 차 올랐다.

이 숨이면 저만큼 더 달려 나갈 수 있을 텐데...


여기저기 끌어모아 엮은 '책'이라는 이름을 얻은 녀석.

신기하고, 기특하다 불쑥 겁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지나간 시간이 현재를 위협하지 않을까?

어디를 다시 매만져야 이 겁을 막을 수 있을까?



막으려 할수록, 숨기려 할수록

몸집을 키우는 것들의 생명력을 또 잊고 만다.






가만히 앉아 꾸준히 무언가를 써대는 게

퍽 있어 보인다 생각한 건 아니다.


오히려 가만히 앉아

놓친 이야깃거리는 없나 살피는 스스로가

재수 없어 보여

자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쓰고자 했던 마음

써야 살겠던 마음이

쓰게 되니 이렇게 변질된다.


폼을 의식하고

혹시나 읽을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애쓴다.

글을 쓴다고 선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쓰고 싶은 걸까?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가?


나는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의미를 구태여 왜 찾으려는가?


글자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심사다.

알고 있기에

이리 펜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글을 업으로 가질 순 없겠구나

업이 되면

글을 업고 가느라

고개 한번 마음 편히 들 수 없겠구나


내 앞에서 자신을 열어 보이는 이를

위하는 척 위선 떨다

먹잇감처럼 탐해

늦은 밤 종이 위에 되새김할까 봐

탐하려던 마음을

꿀꺽 삼기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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