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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Mar 13. 2024

물어 물어 걷는 길

눈물꽃 소년 / 박노해


딸아이가 육상부 친구들과 모였다.

평소 저들끼리 모여 음식점에 가서 마라탕을 먹는다.

이날은 집에서 거리가 있는 곳에서 모여졌다.

주문만 하면 먹을 수 있던 마라탕이 아닌, 주문 후 조리해 먹는 즉석 떡볶이 집이다.

아이는 어른 없이 척척 해내는 친구들이 어른처럼 보였으리라.

설렘으로 가게 구석구석 사진 찍어 보내온다. 


육상부 회식이 끝나고 아이는 먼저 집으로 와야 했다.

"어떻게 집에 가지?" 


묻는 아이에게 말한다. 


"혼자 찾아올 수 있지?"


차로 이동했던지라 차 안에서 재잘거리느라 주위를 눈여겨보지 못했을 터다.

아이에게 영상통화를 하며 걸어와야 할 방향을 알려줬다.


"그 길로 쭉 걷다 보면 익숙한 건물들이 보일 거야."




"엄마~ 계속 통화하면서 가자~"




"아니~ 괜찮아^^

전화 끊고 걸어봐. 

그래야 주변을 있지. 

그럼 다음에 그곳에 수 있어~"





"아~ 알겠어!"






큰 호기심만큼 큰 불안을 가진 아이다.

큰 불안을 가진 만큼 큰 용기를 가진 아이다.

큰 용기를 가진 만큼 결국 해내는 아이다.

나는 그저 기다리면 된다.

그 기다림이 늘 평온하지 않다.

평온하지 않아 버럭 화를 내고 싶어 진다.


'그렇게 불안해할 거면 도대체 왜 하고 싶다는 거야?'




그 한마디는 아이의 불을 꺼버릴 거란 걸 안다.

알아서 입을 꾹 다물고 기다린다.

아이도 안다.

엄마의 꾹 다문 입이 무슨 말을 참고 있는지. 





아이는 아는 건물이 보이니 마음이 놓였다 한다.

쭉 걸어오면 되는 길이라 누군가에게 물어물어 걸을 필요는 없었다.

요즘엔 길 찾기 어플이 있어 그 화살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하지만 배터리 수명이 다되면 아이는 멈춰야 한다.


그리고 택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직접 찾아오기를 기다리거나

스스로 여기저기 헤매다

결국 물어물어 길을 찾거나.



아이는 그날 엄마 말을 믿고 걸었다.

아이는 언젠가 물어 물어 걸어야 할 것이다.



그날을 위해 이 글귀를 들려줘야겠다. 










사람이 길인께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빛나고,
안다하는 사람보다 
잘 묻는 사람이 귀인이니께.

잘 물어물어 가면은
다아 잘 되니께

<눈물꽃 소년 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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