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많은 아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
"엄마, 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아이에게 시를 필사해서 선물했다.
우는 걸 좋아한다
우는 걸 좋아한다
웃는 건 꾸밀 수 있지만
우는 건 속일 수 없다
감동을 받을 때
슬픔을 느낄 때
아프고 서러울 때
눈물이 날 때의 그 진실한 기분
허위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
비를 쏟은 하늘은 얼마나 해맑은가
비가 내린 대지는 얼마나 시원한가
울음만이 저 깊숙한 대지로 내려가
쌓여온 것들을 깨끗이 정화하고
무언가를 살아나게 하지 않는가
사랑은 우는 걸 좋아한다
하늘은 우는 걸 좋아한다
나는 우는 걸 좋아한다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박노해 시인이신데,
아주 훌륭하신 분이야.
이 분도 눈물이 많으시다고 하네.
그런데 자기 눈물을 좋아하신대."
아이는 필사된 시 엽서를
책상 앞에 붙어두었다.
이 시가 아이에게
어떻게 스며들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아이의 한 마디가 전부다.
"엄마,
나는 기다리면 결국 해내는 것 같아."
"그래,
엄마는
이렇게 기다리고 지켜보면 되는 거네~"
우리는
서로
믿고 기다리고 지켜보면 되는 사이다.
청량한 사이다.
흔들면 꽤 난감한 사이다. 콜라가 아닌 게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