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바램 Mar 27. 2024

눈물이 많은 아이

너의 하늘을 보아라 / 박노해

눈물이 많은 아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


"엄마, 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아이에게 시를 필사해서 선물했다.






우는 걸 좋아한다


우는 걸 좋아한다

웃는 건 꾸밀 수 있지만

우는 건 속일 수 없다


감동을 받을 때

슬픔을 느낄 때

아프고 서러울 때

눈물이 날 때의 그 진실한 기분

허위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


비를 쏟은 하늘은 얼마나 해맑은가

비가 내린 대지는 얼마나 시원한가

울음만이 저 깊숙한 대지로 내려가

쌓여온 것들을 깨끗이 정화하고

무언가를 살아나게 하지 않는가


사랑은 우는 걸 좋아한다

하늘은 우는 걸 좋아한다

나는 우는 걸 좋아한다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박노해 시인이신데,

아주 훌륭하신 분이야.

이 분도 눈물이 많으시다고 하네.

그런데 자기 눈물을 좋아하신대."




아이는 필사된 시 엽서를

책상 앞에 붙어두었다.




이 시가 아이에게

어떻게 스며들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아이의 한 마디가 전부다.



"엄마,

나는 기다리면 결국 해내는 것 같아."






"그래,

엄마는 

이렇게 기다리고 지켜보면 되는 거네~"






우리는

서로

믿고 기다리고 지켜보면 되는 사이다.





청량한 사이다.




흔들면 꽤 난감한 사이다. 콜라가 아닌 게 어딘가. 

                     

작가의 이전글 나는 오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