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Jan 26. 2022

쓰다 보니

시시껄렁한 시

롤러스케이트는 못 타봤어도

외로움 좀 타봤던 1인으로


봉천동 옥탑방에 출몰한 바퀴벌레가

천장을 제 집처럼 누빌 때

술에 취해 거리감 상실한 눈빛으로

벽에 기대앉아

 녀석을 지켜봤다.


인기척을 했는데도

나를 느끼지 못한 채 움직이는 녀석이

괘씸했다.

아니,

징그럽다며 소리 지르지 않는

내가 괘씸했다.


드라마였다면 우울한 BGM이라도

 깔아줬으련만

백열등의 미세한 전기음만 깔렸다.


지독하게 붙어살던 녀석과의 동거는

우리만의 규칙으로 서로를 보호했다.


나는 요란하게 귀가를 알리며

숨을 시간을 벌어줬고,

녀석은 내가 머무는 동안 나타나지 않는 조건.


녀석에겐 알려주진 않았지만

곳곳에 해충약을 뒀다.

그런데도 퉁실한걸 보니

어쩌면 녀석은 내가 흘린

외로움을 먹고살았는지 모른다.


외로울 땐 읽지 말고 쓰라고 한다.

그래서 읽지 않고

쓴다.


곁들이는 소주는 달다.

낡아 빠진 지난 이야기를 쓴다.


쓰다 보니 사는 게 마냥 쓰지만은 않다.











#The바램

#나다운이야기

#외로움과친구먹기

#마흔너머고독과짱친











작가의 이전글 담다_닮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