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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그 무엇으로도피어나지 마세요.

이기주 <언어의 온도>

by baraem

이기주 작가 글을 좋아한다.

그의 글은 겨우내 얼었던 땅을 뒤집어 올리는 흙내음이 나서다.

그런 글에 딴지를 걸었다.








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지인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머릿속에 맴도는 짧은 시가 있다.
문인수 시인의 '하관'이다.

시인은 어머니 시신을 모신 관이 흙에 닿는 순간을 바라보며 '묻는다'라는 동사를 쓰지 않고 '심는다'라고 표현한다.
어머니를 심는다고.

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

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

124p











작가가 떠올린 이 시가 불만스러웠다.

시인이 어머니를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라고 한다. 분명 그 안에는 평생을 애씀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있을 것이다.


나 역시,

시골에 계신 엄마를 떠올리며 같은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죄스럽다. '엄마'라는 삶으로 평생 참고 견뎌낸 그 세월이 억울해서라도 그녀는 다시 태어나고 싶을지 모른다.


'너희 때문에 산다.'라는 엄마 삶이 고단할 때면 엄마는 외할머니를 그리며 눈물을 훔쳤다. 나는 엄마의 그 처량한 노랫가락과 눈물이 싫었다.


그 눈물을 참고 견뎌 지켜 낸 가족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가..


엄마에게 가족은 자신의 희생으로 빚어낸 산물이었다.

나에게 가족은 엄마의 눈물바다 위에서 외면하며 얻어낸 애증이었다.




엄마가 다시 피어났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피어나면 좋으련만 그녀의 행복은 어김없이 '자식의 행복'이다.

나는 나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잘 살아야 한다. 그게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그 모든 생을 '엄마'로만 살아낸 그녀를 위해,

그녀의 아픔을 눈 감았던 나의 외면을 위해,

나는 그녀가 꼭 꽃으로 다시 피어나길 바란다.


그 꽃은 결코 꺾지 않을 것이다.

그 꽃은 한없이 여리게 나부껴야 한다.

그 꽃은 자신의 향에 취해 노래를 흥얼거려야 한다.


나는.

그 꽃을 지켜주고 싶다.



당신은 지지 않는 꽃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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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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