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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Oct 22. 2021

나를 어른으로 만든 사람이 있다_

좋은 사람이라 했다. 





친정에 가면 내 유년 시절과 아이의 유년 시절이 오버랩된다.  잊고 있던 좋은 기억들을 불러 모아 내 아이에게 전해주는 것만 같다.



수십 년 전 오빠들 학비를 위해 엄마는 서울로 장사를 가셔서 한두 달 뒤에나 오곤 했다. 어린 마음에 엄마의 빈자리가 쓸쓸했지만, 돌아오는 짐 꾸러미에 새 옷이 담겨있어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학원 하나 다니지 않던 터라 친구와 바다 근처에서 불을 지펴 소꿉놀이를 하곤 했다. 어떤 날은 마당에 자리 깔고 누워 이불을 덮고 별구경을 했다.



그 시절 기억을 떠올려 아이들과 함께했다. 기억보다 몸이 앞서 장작을 태울 불쏘시개를 찾아 나선 후, 바삭하게 마른 '들깨 짚(볏짚)'을 찾았다. 엄마가 들고 온 정체 모를 얇은 나무를 경계하듯 바라보던 아이들은 불 위에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타오르는 짚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곤 화로를 향해 손을 뻗어 연신 짚을 태웠다. 꽤 재미있었던지 아이는 다음 날도 불놀이를 하자고 졸랐다. 마지못해 또 불을 피우니 한동안 아이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매운 연기에 눈이 매워져 어쩔 줄 몰라했다. 








"연기 날 때 하늘 보면 안 매워~"

말과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우리는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매운 연기는 맞서는 이의 눈엔 따갑지만 자신이 흘러가는 곳을 함께 바라보는 이에겐 관대했다. 



"우와~ 별 많다~"

"엄마! 별이 계속 더 많아져요~"


아이들 입에서 불놀이 때와는 또 다른 탄성이 쏟아졌다. 기다렸다는 듯 나는 매트를 펼치고 다 함께 눕자고 했다. 그리고 전등마저 꺼버렸다. 시골 밤. 풀벌레가 사방에서 노래 부르고, 높은 건물 하나 없이 펼쳐진 하늘에 크고 작은 별들이 모여들었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딸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속삭였다.



"엄마! 나는 엄마가 살던 어린 시절이 좋았던 거 같아."



"왜~? 그때는 게임도 없었는걸!"



"그래도 더 좋았던 거 같아. 나는 이런 추억이 없잖아."



"오늘 생겼잖아. 엄마도 어릴 때 경험해서 오늘 이렇게 할 수 있었으니까, 너도 나중에 오늘을 기억하면서 추억을 이어갈 거야."



아이는 나를 안으며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엄마 닮은 어른이 되고 싶어!"



나도 아이를 꼭 안으며 답했다.


"넌 엄마보다 더 좋은 어른이 될 거야. 엄마를 어른으로 만든 건 너니까."



슬픈 유년 시절에 숨어있던 좋은 기억을 꺼내올린 건 아이였다. 덕분에 우린 서로에게 감사할 수 있었고, 서로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했다. 


나를 성장시키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사랑을 하게 되면 항상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고 싶어 하니까

                                                            _연금술사 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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