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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15. 2022

하려는 이야기_

나다운 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누구에게든 이라고 여겼지만 '누구에게든'이 아니었다. 내게 귀를 열어줄 마음이 있는 이어야 했다. 내게 귀를 열어줄 마음을 가진 이는 자신 역시 귀를 열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었다.


'나다운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건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게서 나오는 목소리를 내고 싶음이었다. '소심함' '내성적' '감성적' '답답함'을 억누르던 '쿨함'을 집어던지기 위함이었다. 그 작은 목소리 안에 '쿨함'이 아닌 '시원함'이 있었고, 수줍은 미소와 기쁨들이 차고 넘침을 인정해 주기 위해서였다.


'멀고도 가까운' 책 필사를 하며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순도 100%일까? 내게 건네는 상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마음을 꺼내 글로, 말로, 어떠한 형태로든 펼치는 과정에서 냉동에서 실온으로 나온 생선처럼 찰나의 변화를 겪게 된다.


내가 꺼내고자 했던 이야기는 상대가 건네는 표정과, 자세에 따라 그 길을 달리한다. 개울물이 흐르며 제 물길을 찾아 들어가듯 말이다. 막히면 멈추고, 멈춤의 어색함을 지나기 위해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야기는 그렇게 길을 잃고 만다. 어디로 가려했는지 모른 채 그저 흘러가버리거나, 고인 물로 남고 만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벅찬 순간들이 있다. 이야기 줄기가 만나 서로 잔잔히 출렁이다 다음으로 흘러가며 나누는 교감 위에 윤슬로 빛난다.


고요함을 견디지 못한 적이 있다. 무슨 말이든 꺼내 그 어색함을 걷어내고 싶었다. 내가 던진 이야기 밧줄 끝을 상대가 붙잡고 이어가길 바랐다. 이야기는 만들어졌고, 그곳이 어디든 그저 그 순간을 채우면 그만이었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를 모르는 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현재에서 벗어난 누군가였으면 좋겠다고. 마음에서 내던져야 할 이야기들이 있었다. 혼자 안기엔 무겁고, 곁에 나누기엔 이어지는 관계 안에 남는 그 잔재가 껄끄러웠다. 그래서였을까_ 쉽사리 마음은 누군가를 향하지 않았고 이야기는 고였고, 고인 이야기는 곪아갔다.


이야기 속에 사람들이 있다.

내가 있고, 상대가 있고, 배경이 되는 누군가가 있다.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설득력이 있고, 춥고, 덥고, 따듯하다.


자꾸 아려온다.

저마다 가진 이야기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뒤엉켜 마음 한구석에 처박힌 건 아닌지. 내 이야기가 타인의 이야기를 비켜 뻗어나가는 동안 나는 그 웅크린 이야기에 머무르길 주저하고 만다. 마음만 앞서 내달리던 내 발에 걸려 넘어지기를 여러 번 했던 차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그 엉킨 이야기 위에 '눈물' 한 방울이 모든 것을 풀리도록 할 수 있다면 눈물 많은 내게 조금 수월할 텐데.. 겁 많은 내가 조금은 용기 낼 수 있을 텐데..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그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줄 누군가를 향한 외침들이_

책임지지 못할 이야기들을 담지 않기 위해 귀를 막은 나는 이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지나친다.


'멀고도 가까운' 책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떠올리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 서로를 향해 귀를 열고 마음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 오늘. 나 홀로 배불러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트림으로 올라온다.


소화제 하나 먹어야 하나...






옛날 이야기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이야기 / 아이유 나의 옛날 이야기 





#The바램

#나다운이야기

#이야기늪

#아또진지한글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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