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사무환경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저는 사무환경 컨설팅을 하는 사람입니다.
사무환경 컨설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분들이 인테리어나 사무가구 분야 종사자로 인식하는데요. 사실 저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설계자도 아니며, 사무가구 회사 출신이긴 하지만 가구 판매원은 더더욱 아닙니다.
인테리어, 가구 구매 등 본격적으로 사무환경을 구축하기 전 단계에서 사무환경 전반에 대한 전략과 방향을 수립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죠. 그래서 오히려 사무환경 디자인 트렌드 보다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기업문화 등 기업 환경에 대한 공부를 더 많이 하고 관심도 많은 편입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무환경이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며 무선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과 함께 스마트오피스라는 용어가 유행했습니다. 기존 사무환경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엎는, 모두가 상상만 했던 미래 오피스의 모습이 현실화되며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사실상 2010년대 사무환경의 가장 큰 화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마트오피스가 화제였던 2010년대 초보다 지금이 오히려 사무환경 대 변혁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아시는 포스트 펜대믹, Z세대의 등장, 그리고 현재의 AI 열풍까지 시대를 뒤흔들 이슈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오피스는 실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무환경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사무환경의 미래, 지금부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사무환경의 본질은 ‘진심’입니다. 좀 추상적이고 뜻밖이죠?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좋은 사무환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좀 더 정확하게는 지금 우리에게 좋은 사무환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기업과 사무직 종사자들이 바라는 그것, 좋은 사무환경. 하지만 이 또한 누구나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추상적인 개념이죠. ‘좋은’, 그리고 이를 만드는 ‘진심’이 어떤 의미일지, 또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엮여 나갈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앞으로 이에 대한 긴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가장 먼저 좋은 사무환경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무환경의 의미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무환경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는 꽤 됐습니다. 이미 1990년대 사무환경 개선 추진 협의회라는 단체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일반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사무환경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다가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길어봐야 15~20년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까지는 사무환경이라는 단어가 큰 의미를 가질 것도 없었습니다. 업무공간, 즉 ‘사무실’이라는 개념의 공간이 있을 뿐이었죠. 사무실이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는 사무를 보기 위한, 즉, 업무를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의미와 목적에서 시작합니다. 이후 일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업무를 지원하는 기술적 기능을 부가한 공간으로, 그리고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환경으로 목적이 변화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공간으로서의 사무실을 넘어, 요즘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사무환경이란 무엇일까요?
사무환경은 말 그대로 우리가 일하기 위해 머무르는 환경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공간적인 요소도 있고, 나아가 빛, 공기, 소리 등 생리적 환경까지 포함됩니다. 더 넓게 보면 PC와 인터넷 등 업무를 위해 지원되는 다양한 유무형의 도구들도 사무환경의 관점에서 볼 수 있죠.
근데 너무도 당연한 말이죠? 저는 나름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사무환경 컨설턴트입니다. 그럼 뭐라도 표현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좀 있어 보이게, 달리 표현해보겠습니다. 사무환경이란, 기업이 목표하고 계획하고 있는 경영 전략을 공간이라는 물리적 실체에 투영, 반영한 것입니다. 기업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의 일환이라 볼 수 있겠죠.
간혹 그런 얘기를 듣기도 합니다. 사무환경은 일하는 방식과 도구가 정해지면, 이것을 수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일하는 도구를 충실히 수용하는 것은 사무환경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사무환경의 세부 목표와 방향도 정해져야 합니다. 이미 사무환경, 즉 사람들이 일하는 환경은 그 시점부터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호흡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무환경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전략은 기업의 경영 전략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사무환경은 그냥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유도합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경영 전략이 실제로 실행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사무환경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이 부분에 집중할 때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좋은 사무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공간, 사무환경은 기업의 가치와 경영전략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사무환경이 이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시점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