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환경이 기업 경영전략의 한 축이 돼야하는 진짜 이유
사무환경은 이처럼 경영전략에서 실제 구성원들을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마트오피스를 비롯해 사무환경을 혁신하려는 많은 노력이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사무환경을 바꾸면 기업의 성과가 확실히 향상되거나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아마 이 글의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대부분이 답변을 예상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답은 ‘아니오’, 입니다.
당연히 사무환경을 개선한다고 해서 기업 성장이나 혁신이 절로 이뤄지진 않습니다. 단순히 사무환경을 좋게 개선하는 게 아니라, 기업 성장이나 혁신 방향을 설정해서 거기에 맞춰 전략적으로 바꾼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사무환경이 경영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사무환경 개선이 직접적으로 기업 성장이나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은 됩니다. 이런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겠죠. 문제는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그 과정과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그런 내용들이죠.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저는 사무환경이 기업성장과 혁신을 도와준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무환경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과정에 당연히 같이 가야 하는 요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무환경 개선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기능적 조건의 개선을 생각하십니다. 좁은 공간을 효율화하기, 부족한 회의공간을 확충하기, 수납이나 작업면적 등 기능적 보완이 필요한 개인 좌석 개선하기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물론 그런 부분들도 사무환경 개선을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사람은 작은 방해요소에도 집중과 능률에 방해를 받고, 스트레스도 받습니다. 기능적인 장애요소가 없을수록 일의 능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죠.
하지만 기업의 성장과 혁신이라는 과제를 생각한다면, 사무환경 개선의 진짜 목표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사무환경이 가져야할 목표의 중심이 바뀌는 것이죠.
현대 사무환경에서 기능적 요소는 이미 웬만한 사무실이라면 일정 수준 갖춰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생각하는 사무환경의 가장 큰 기여는 메시지의 전달과 행동양식의 패턴화입니다.
사무환경, 특히 공간적인 부분은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파티션이 높은 공간은 그만큼 보안이나 소음에 대한 주의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자율좌석제가 반영된 공간은 수평적 문화와 자율성, 창의성을 강조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새로 생긴 개별 공간 요소들도 메시지를 줍니다. 높이 조절 데스크를 배치하면 회사가 직원들의 건강을 얼마만큼 배려하는지 느끼게 하고, 폰부스가 생기면 통화는 꼭 여기서 합시다, 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던지게 됩니다. 열린 휴게공간을 만들면 여기에는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충분히 휴식하고 재충전해야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스탠딩 회의테이블은 불필요하게 회의시간이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자는 메시지를 주죠.
이런 메시지는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어떤 행동방식을 요하는지, 어떤 문화를 지향하는지 알고, 몸으로 체감하게 합니다.
예전에 퍼시스에서 이런 카피의 광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창의력을 말로 하는 회사와 공간으로 보여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회사가 더 효과적으로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으로 말을 통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의 감각적 인지와 행동패턴에 영향을 주는 공간을 통해 지원하면 그 효과는 훨씬 배가됩니다.
만약 지속적인 교육 없이, CEO의 월례조회 훈화말씀이나 말로만 하는 캠페인 정도로 그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죠.
기업이 어떤 변화와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은 다양합니다. 사업의 틀 자체를 크게 변화시킬 수도 있고,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직원들의 체질 개선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HR제도를 손보거나 기업 가치 체계를 손보는 것도 방법이죠. 일하는 방식과 공간을 혁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의 방향과 메시지를 이해하고 체화하기 위해서는 이 중 한두 가지 선별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나의 큰 방향성을 설정한 뒤에는 다양한, 가급적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 변화 방향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의 성장, 혁신 전략이 일관성을 갖게 되고, 직원들은 모든 상황에서 그런 변화 방향과 이를 위해 자신이 해야할 일, 생각, 행동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학습하게 됩니다.
제가 사무환경 개선이 기업의 성장과 혁신 전략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당연히 같이 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씀드린 의미가 여기 있습니다. 무형의 전략, 방향을 이끌어가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가시화하고 시각적 메시지와 행동의 유도가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단순한 사무환경의 기능적 개선은 조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무환경 개선은 물리적인 시간, 비용이 투자됩니다. 가급적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죠. 때문에 기왕이면 기능적 필요에 따른 개선이라고 하더라도 보다 전략적인 방향을 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입니다.
Z세대로 대표되는 세대의 변화, 팬데믹과 AI 등 최근 몇 년 간 일어난 행동양식의 변화, 저출생 고령화의 인구학적 사회적 변화는 사무환경의 역할에 대해 기존과 다른 관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더 중요해진 것이죠.
사무환경은 계속해서 기능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개념과 역할 측면에서도 진화하고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번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기업의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해진 지금, 사무환경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그러기 위해 지금의 변화를 이해하고 보다 나은 사무환경을 인사이트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그 동안 사무환경은 어떤 변화를 거쳐왔으며,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무환경이 지향해야할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글에서는 먼저 그 동안 우리 사무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