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환경이 기업 경영전략을 지원하는 원리
사무환경의 역할, 즉 기업에 기여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업무의 기술적 방식을 지원하는 것, 구성원의 행동과 태도를 유도(행동양식의 패턴화)하는 것, 기업 문화와 가치관을 시각화(메시지 전달)하는 것입니다.
본래 사무환경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업무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즉 업무를 위한 기술적 방식을 지원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점차 현장에서도 체계화된 경영 전략이 반영되고, 사무환경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면서 나머지 두 가지 역할에 대한 비중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미 기본적인 사무환경의 도구들, 예를 들어 업무영역, 회의실, 휴게공간 등 공간의 기초 개념이나 기능적인 가구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표준화되고, 실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매우 디테일한 부분이 니즈가 아니라면 업무를 지원하는데 큰 무리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는데요. 이런 부분도 사무환경의 역할을 그 이상으로 확장하는 배경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 사무환경이 경영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때문에 사무환경은 결과물이 아닌,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구현하는 과정이자 수단입니다. 사무환경은 결과물이 아닌, 과정이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 테지만 실제 일하는 과정에서는 많이들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회사는 그 기업만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우리가 일하는 이유가 되고, 그에 따라 일하는 방식과 구성원이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태도가 정해질 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상황과 경영환경, 세대와 문화에도 흔들림없이 조직의 방향과 브랜드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직만의 룰이 자연스럽게 구성원에게 내재화되면서 과도한 간섭과 감시 없이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죠.
기업의 가치를 일하는 방식과 문화로 실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도구들, 예를 들어 흔히 얘기하는 사무환경, 즉 공간의 구성과 기능, IT 시스템과 인프라, 성과 측정 및 평가와 보고/협의 체계 같은 제도 및 시스템까지 다양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이를 개념적 순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맞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규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 및 시스템, 인프라, 공간 및 환경 같은 지원요소 등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사이클이 정착되는 매커니즘의 순서는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 > 지원요소 > 일하는 방식과 문화'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순서는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 규정 > 일하는 방식과 문화 설계 > 지원요소 구축'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사무환경을 일종의 '결과'로 인식하는 착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죠.
결국, 사무환경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 그리고 이에 따른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우선 설계돼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사무환경 구축 자체에 집중합니다.
사옥이전 등 새로운 환경의 구축을 필요로 하는 경우, 앞서 설명한 매커니즘을 적용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막상 진행할 때는 시간에 쫓겨 구성원들의 불만사항을 해소하고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기존 사무환경을 개선하는 경우는 더 어렵습니다. 사무환경 개선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평소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편이나 경영 전략상 필요로 공간을 개선해야 하는 경우, 스마트오피스 구축처럼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혁신을 위한 경우입니다. 전자의 경우 높은 확률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하기 쉽습니다.
이미 사무환경 구축, 또는 개선이라는 과제는 주어지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적, 비용적 기반도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필요성을 인지하더라도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을 잊고 넘어가게 되는 것이죠. 아예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 즉 브랜드 미션 체계를 구축해놓지 않은 기업들도 많습니다.
사무환경 구축과 별도로 브랜드 미션 체계를 구축하고, 이에 따른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업이 돌아가는데 있어서 원래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사무환경 구축이라는 큰 이슈를 기회로 이런 과정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대략적으로라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추후에는 명확하게 단계를 밟아가며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을 구체화하고 사무환경도 지속적으로 개선, 보완해 나가야겠죠.
이런 과정들을 통해 회사의 경영상 방향성, 즉 경영전략을 공간에 반영할 때 좋은 사무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