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참지 않긔

Z세대를 위한 변명(1)

by 이정석

Z세대가 가진 실용적 가치관의 배경, 정체를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이들의 태도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거 M세대라고 해서 기성세대들의 원칙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의 원칙을 수용하고 적응하는 길을 택했다. 이전의 X세대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과거에는 세대 간 갈등이 표면적으로 이렇게까지 격화되고 폭발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Z세대는 이전 세대들에 비해 유독 자기주장이 강한 세대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례로 X세대의 경우, 1990년대 초중반 처음 주목받았을 때 사회에 던진 파장은 지금 Z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기존의 관습을 모조리 파괴할 것 같은 당당함으로 세상에 등장한 X세대는 그 이름조차도 뭐라고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처럼 젊은 세대는 늘 기성세대와 다른 사회적 태도를 보였고, 강하게 자기 주장을 펼쳤다. 그것은 어쩌면 청춘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과거 사회운동에서 대학의 운동권 세력은 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도 운동권은 학내 문화의 중심으로 여겨졌다. 언제나 20대는 과감하고 열정적으로 기존 사회에 기성세대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때문에 우리가 기업 내에서 겪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불편함은 신세대의 강한 자기주장이 아니라, ‘회사’라는 사회에 진출한 이들의 기존 규칙과 문화에 대한 수용성 측면으로 접근해야 옳다고 본다. 즉, 이들은 직장에서 참고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세대라는 점이 핵심인 것이다.


과거 젊은 세대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회사의 문화와 원칙에 적응했던 것은 회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대적인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것은 사람이 응당 지향해야 하는 삶이었다. 때문에 가정을 건사하기 위해서는 얼마가 됐든 안정적으로 소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고, 흔히 하는 말로 ‘더러워도 참고 버티기’가 미덕이었다.


그러던 분위기에 변화가 시작된 것이 M세대였다. 2000년대에서 2010년대에 이르는 시기, 사회는 젊은 세대들을 88만원 세대, 삼포세대로 칭했다. IMF 체제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경기는 80~90년대의 폭발적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했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 차이는 점점 커지고, 취업 연령도 높아지고,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졌다.


이때부터 젊은이들은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기 시작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고 해서 삼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했고, 이후 내집마련과 인간관계를 더한 오포세대, 꿈과 희망까지 더해 칠포세대라는 용어로까지 확장됐다. 우리가 여태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권리, 가치들이 이제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점차 ‘과연 연애, 결혼, 출산이 당연한 것일까’라는 기존 가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로 이어졌다. M세대가 생존을 위해 이러한 가치들을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면, Z세대에 이르러서는 ‘포기’가 아닌 자발적 ‘선택’의 영역으로 자리 잡히게 된다. 이들은 이 현상을 ‘포기’라는 비극적 단어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이미 그것이 인간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인식은 사라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라진 것도 곱씹어볼 문제다. 이미 이들의 부모 세대는 본인들보다 부유하다. Z세대만이 아니라, M세대에도 해당하는 얘기다.


언젠가 어버이날이 휴일과 겹쳤을 때, 고양에서 서울로 자유로를 타고 차를 몬 적이 있다. 서울을 향하는 길은 명절 고속도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완전히 막혀 있었다. 하지만 반대편 차선은 아주 탄탄대로였다. 부모 세대는 서울에 살고, 자식 세대들은 서울 외곽으로 밀려난 현 세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지금 세대는 결혼하지 않고, 육아하지 않고 오롯이 내 벌이를 나의 즐거움, 나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을 또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인식한다. 어차피 부모님도 내가 벌어서 모실 필요가 없다. 그렇게 나 한 몸만 건사하면 되니,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직장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이유도 흐릿해졌다.


지금 직장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진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기성세대들의 낡은 가치관을 묵묵히 참고 견디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은 떠나면 그만이다. 커리어 관리를 위해 어느 정도 근속년수는 채우려고 하겠지만, 언제든 기회만 되면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그들은 대부분 대학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았고, 지식과 스킬 면에서도 이전의 어떤 세대보다 많이 익혔고 고도화 되어 있다. 자신의 의사를 직접 표현하는 법도 SNS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충분히 학습되어 있다.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것에 반문하는 게 당연하고,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조직, 사람과는 곧장 등을 돌린다.

이런 이들이 그저 위에서 하라니까 그대로 따라와 주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

이전 03화실용이냐, 예의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