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를 위한 변명(2)
Z세대는 본질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무의미한 것은 굉장히 싫어한다. Z세대의 실용주의적 사고방식은 여기에 기인한다.
기성세대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개념에 익숙하다. 꼭 어떤 일이 생기지 않아도 사람이 지켜야 할 예의, 올바른 가치관에 대해 일상에서 교육 받아왔다. 학교 다닐 때는 어떤 행사가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아예 정기적으로 날을 잡아 놓고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Z세대는 다르다. Z세대의 부모들이 교육을 안 시켰다는 말이 아니다. 이들도 잘못하면 혼나고, 어떤 일이 생기면 그와 관련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예절과 도덕 교육을 받은 세대는 아니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교육의 경험 빈도는 이전 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받은 훈육은 어떤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가르침이다. 그래서 훈육을 할 때도 그 상황이 왜 잘못됐고, 어떻게 해야 바른 것인지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어떤 태도나 생각의 방향, 부모님의 깊은 뜻 같은 건 이들이 받은 교육에서 아주 사소하고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은 항상 바빴다는 거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속성은 단순히 기능적 능숙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매체, 다양한 관심사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친구와 놀이터에서 노는 것 외에도 온라인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놀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시간에 자신의 관심사를 빠르게 찾고 선택해서 즐기는데 익숙하다. 학원도 많이 다니고, 수행평가 등 수능 외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은데, 그 외 남은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하나 해보고 판단할 여유가 없고, 정보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쉬워졌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고르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 이는 이들의 당연한 행동 패턴인 동시에 아주 중요한 삶의 방식이 됐다.
여기서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냥 볼 때는 무의미한 행위에 정성을 다하는 것도 요즘 젊은 세대의 특징인데,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를테면 다이어리 꾸미기는 기본이고, 아무거나 별 의미 없는 것들까지 꾸며서 ‘별꾸’라는 용어도 있던데. 그냥 보면 의미 없는 돌멩이나 생활에 아무 필요 없는 쓸데없는 것들을 모으는 애들도 있던데.
이들이 생각하는 ‘의미 있는 것’은 객관적 관점에서의 그것과 다르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 타인이 볼 때 무의미해 보이는 것도 나에게 의미 있으면 그게 가치 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자신에게 필요한 그 가치에 집중한다. 겉으로 무의미해 보이는 물건, 행동들도 그렇기 때문에 ‘무해함’이라는 의미로 포장되며 그들의 가치가 된다.
이런 이들의 태도에 대해 이중적이라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 정작 그것은 무시하고, 아무 의미도 없지만 본인에게 중요한 것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과 아닌 것도 구분 못하면서 본질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는가?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이들이라고 아무 생각도 없는 건 아니다. 이들이 이런 경향을 보인다는 얘기는 자신을 둘러싼 것들 중 중요한 것과 아닌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중요한 것을 위주로 알차게 소비, 향유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자 사고방식이라는 의미다. 그냥 대놓고 ‘내 것, 내 생각만 중요해’라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Z세대들을 예의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둔감한 것이다. 이들도 자신들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예의에는 확고한 태도를 보인다. 대신 그것이 충분히 경험상, 교육상 납득할만한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그렇지 않아도 될 이유가 충분하고 더 납득이 간다면, 이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출근시간 논란에서 이들이 보이는 태도는 예의 자체에 대한 반감 보다는 비효율적인 예의에 대한 반감에 가깝다. 이들에게 출근시간에 대한 기성세대의 고집은 상사 눈치 보느라 어쩔 수 없이 하는 불필요한 야근과 유사하게 여겨진다. 일이 많아서, 꼭 필요해서 하는 야근이라면 모르지만, 상사가 퇴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눈치 보느라 오늘 계획한 일을 다 끝내 놓고도 퇴근을 미루는 상황을 합리적이라 말할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내가 출근시간을 안 지킨 것도 아니고, 정시 출근해서 내 할 일만 충분히 해내면 되지 왜 눈치 봐서 괜히 10분 먼저 와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 10분 일찍 오지 않아 업무를 제 시간에 못 끝낼 것 같으면 평소 일과 중 커피 마시는 시간 10분 줄여서 그만큼 더 일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도 가능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출근 시간만 봐도 성실성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선배들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이들에게 최악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냐? 잘 하는 게 중요하지. 예전부터 직장에서 많이 하고 많이 듣던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말은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 라는 말보다 훨씬 효용성 있는 말로 들린다. 과연 Z세대들은 이 두 가지 말 중 어느 말에 더 마음이 움직일까? 심지어 평소 ‘열심히’ 보다 ‘잘’을 외치는 선배, 리더가 출근 시간을 두고 잔소리를 한다면 이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