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회성' 문제 맞나요?
전 직장에서 가장 아끼던 후배 중 한 명이었던 강 대리. 퇴사자 환송이나 신규 입사자 환영을 위한 점심 회식, 팀 단합을 위한 저녁 회식 등 자리가 있을 때마다 자진해서 좋은 식당을 알아보고 예약까지 해주는 정말 고마운 친구였다. 그 친구가 찾은 맛집들은 항상 트렌디하면서도 가격대도 적당해서 모두가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나보다 열 살 정도 어린 친구였는데 선배 세대와 후배 세대의 취향을 동시에 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의 능력이 난 참 부러웠다.
아마도 그 친구는 그 자리 하나를 정할 때마다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나와는 격의 없이 지내는 사이였지만 늘 문자 하나를 보내도 예의 있기 보내려 노력하고, 항상 후배들이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려 깊은 친구였다.
종종 요즘 친구들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사적인 얘기를 하거나 먼저 선배에게 살갑게 다가오는 경우도 별로 없고, 관심을 주려고 선의로 묻는 일상 얘기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한다. 막상 말을 하면 잘 하는데 평소에는 말을 아끼고, 업무 관련 얘기를 해야 할 때도 직접 선배 자리를 찾아오기 보다는 메신저로 묻고 답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불만도 듣게 된다. 회식할 일이 생기면 먼저 나서서 자리를 알아보기는커녕 시간과 장소에 대해 말없는 불만을 내비치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내 소중한 후배, 강 대리를 떠올린다. 아마도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성을 갖춘 후배가 곧 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강 대리는 분명 훌륭한 친구다. 하지만 그만큼 모두가 그와 같이 판단하고 행동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강 대리 같은 후배를 바란다면, 혹시 당신은 강 대리 같은 선배 역할을 하고 그런 생각을 갖는 건가. 솔직히 나 역시 돌아보면 강 대리만큼 좋은 선배였던 적도, 좋은 후배였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직장 내에서 사회성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있다. 살가움, 눈치, 솔선수범, 융통성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런 기준들을 들먹이더라도 결국 결정적인 기준은 ‘예의’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직장에서의 사회성이란 따지고 보면 윗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능력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Z세대의 사회성에 대해서는 이미 그들의 사회진출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려됐던 부분들이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비대면을 선호하고, 특히 펜데믹을 거치면서 한창 대학에서 사회생활을 배워가야 할 시점에 오히려 고립과 은둔, 최소화된 인간관계에 익숙해진 이들이 과연 직장이라는 본격적인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어쩌면 기성세대들은 이미 그 때부터 새로운 세대의 ‘예의 없음’, ‘개인적인’과 같은 키워드에 이러한 우려를 덧씌우며 그들의 사회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쌓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사회성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을 두기가 어렵다.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고, 세대 성향보다 개인 성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 어느 정도면 사회성이 뛰어나고, 또 어느 정도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을까. 특히나 그것이 얼마나 윗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가 하는 예의의 영역이라면 더욱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Z세대는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는 예의를 강제하는 것을 꽤나 싫어하고, 심한 경우 눈앞에서 반발하기도 하니까.
나는 직원의 사회성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판단이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대부분 윗사람 기준에서의 사회성이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함부로 하면서 윗사람에 대한 예의만 강조하는 사람은 후배들에게 빌런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미 그의 사회성 역시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혹 그가 윗사람 관점에서의 사회성에 최적화돼 상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고 해도 그를 사회성이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쾌활하고 살가운 성격 외 다른 요소들에 대한 판단에서는 윗사람에게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사회성을 판단하곤 한다.
메신저를 통한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는 취향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간단한 내용조차 대면보고를 해야 예의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 기업 내 비효율 요소에서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직접 찾아가 보고를 한 뒤에야 전자결재를 올리는 경우, 문자나 메신저로 충분히 전달 가능한 내용을 임원실 앞에 한참동안 줄 섰다가 들어가서 직접 보고하는 경우 등 알게 모르게 예의 지킨다는 이유로 말도 안 되게 낭비되는 시간을 여기저기서 목격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세대 변화를 핑계로 대서라도 메신저를 이용한 비대면 소통을 더욱 활성화해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최소한의 사회성은 필요하다. 어쨌든 일은 사람이 하고, 오히려 과거보다 타인과 소통하며 하는 일의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그 안에서 서로 배려하고, 좀 더 친밀해 지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노력들이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부드럽고 원활하게 하며, 일의 성과를 높인다. 나아가 직장 내 삶의 질을 높이는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직장 내 소속감과 유대감이 직무만족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사회성이라는 부분을 아랫사람에만 요구하는 분위기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내가 선배와 후배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곧 사회성 좋은 사람의 모델이 되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좋은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도 좋은 태도를 보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편하고 친절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