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고칠 건 고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입시다(9)
이쯤되면 이런 의문이 생길만 하다. 젊은 세대들은 원래 그러니 받아들이라고? 왜 기성세대가 틀린 것처럼 말하고 기성세대만 고쳐야 할 것처럼 말하지? 그럼 그들이 어떻게 나오든 그냥 방치하고 알아서 해결하게 지켜보라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다만 하고 싶은 얘기는 기존에 우리가 익숙했던 방식, 문화 중 불합리한 지점이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고, 일정 부분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본질’과 ‘합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핵심은 그들이 불합리하고 무책임하게 나올 때 어떻게 이들을 이끌고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당연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나, 커뮤니티나 매체에서 회자되는 MZ 빌런들은 몇 가지 패턴이 있다. 팀과 조직의 성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경우, 기존의 방식에 대해 자신의 가치관과 논리를 기반으로 반발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하는 경우, 자신의 직무능력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과대평가하거나 쓴 소리, 낮은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아예 일에 대한 책임감 없이 낮은 연봉과 복지만 탓하면서 당당하게 태업을 일삼는 경우 등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바로 본질, 즉 철저히 업무 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에서 구성원들의 업무 성과를 철저히 평가하고 축적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회사의 인사고과, 성과평가 시스템이 이러한 과정 평가 방식과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평가 시스템은 리더의 주관 평가나 동료들의 다면 평가가 적용되기 마련이다. 이 부분만 잘 활용하더라도 성과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직원의 업무 태도와 실제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본래 원활한 협업을 통해 집단지성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조직의 성과에 무임승차하는 인력이 없도록 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이와 동시에 조직, 인력의 운용 방식 또한 새로운 세대들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감안해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와도 연결된다.
이들의 인식은 간단하다. 업무의 본질 자체가 중요하고, 불필요한 의전, 조직 중심의 문화가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업무 성과와 생산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대응 또한 여기에 맞춰지면 된다. 이들이 정서적, 가치관적으로 불합리하게 여기는 부분은 충분히 수용하되, 평가 또한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너희는 그렇게 본질이 중요해? 좋아, 그럼 어디 본질의 무서움을 한 번 겪어봐라”라는 일종의 복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기존의 구성원을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이제는 말로 독려하고, 감정으로 신뢰를 얻고, 정으로 함께 가는 시대는 지났다. 업무 평가에 있어서 정성적인 영역이 클수록 사내정치, 편가르기, 아부와 인맥 중심의 내 사람 챙기기에 대한 의혹과 불만만 커질 뿐이다.
실제 구성원이 특정 업무에서 어떤 역할을 차지했는지, 자신에게 할당된 부분을 얼마나 약속된 기한 내에 이행했으며 혹시 이행하지 못해 다른 구성원이 대신 해결해준 부분은 없는지, 자신의 역할을 다 하면서 다른 구성원들의 업무도 서포트한 사례와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가능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수치화해서 평가 때 비교해야 한다. 평소 태도, 언행에 대한 평판이나 개인적 평가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다른 구성원들과 갈등이 잦아 문제가 있는 직원이라도, 이것에 대한 평가는 실제 일에 미친 개별적 사례, 영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초부터 이러한 방침과 몇 개의 평가 기준, 이를 평가하는 방법 등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계획해 고지하고, 수시로, 관련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이러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지시켜야 한다. 기준이 명확하고 그 기준이 살아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때 이러한 방식은 효과를 발휘한다. 사업계획 때는 이전 연도의 업무 수행 성과에 따라 아예 업무 배분 자체도 차등을 두는 게 좋다. 지금의 업무 태도와 실질적 기여가 올해의 평가뿐 아니라 앞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이해시키는 부분도 있고, 이렇게 해야 실제 조직의 성과도 더 높아진다.
과거에는 조직의 성과를 실제 역량이나 기여에 앞서 되도록 균등하게 함께 나누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말로 동기부여와 직원의 태도를 이끌고, 자녀가 생겼거나 승진이 연차에 놓인 직원을 인정으로 평가에서 밀어주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술 한 잔 하며 임원, 팀장을 씹고 그럼에도 같이 가야 하지 않겠느냐 정으로 이끌고 독려하는 풍경이 익숙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절은 저물고 있다. 이는 조직과 나를 동일시하던 ‘김부장’ 시절에나 어울리는 방식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말뿐인 독려는 큰 의미가 없다. 보상, 혹시 진짜 쓸만한 인재라면 실질적인 커리어의 성장이 그들을 움직이고,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결국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 이제 직장인은 자신의 견해와 태도를 존중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결과와 수치로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한편으로 이것은 젊은 세대들에게 손해일 수도 있다. 평가는 점점 엄격해지고, 묻어가는 것은 힘들어진다. 조직은 저성과자와 부적응자를 기다려주거나 배려하지 않는 시대가 될 것이고, 잠재력 따윈 필요 없이 퍼포먼스로 평가받는 냉정한 직장이 삶의 터전이 된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다. 이미 문화의 흐름은 그쪽으로 변하고 있다.
나는 직장이라는 우리의 가장 큰 일상의 영역이 이렇게 냉정하고 계산적인 분위기로 변해가는 것이 달갑지는 않다. 그래서 방식을 달리하더라도 동료, 선후배 간 인간적인 관계와 정서적 유대는 유지하고, 이 기회에 권위에 기댄 관계보다 인간 대 인간의 관점으로 관계 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그러나 이는 일하는 사람 스스로가 조금이라도 행복한 직장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일종의 윤활유 같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조직 유기성을 높여 실제 성과와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직 안정, 성과적 측면에서 이 부분이 결과와 평가 중심의 조직 운용 기조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본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후배를, 팀원을 제대로 관리하고 이끌려면 이 변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수고와 심적인 안타까움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