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개를 키웠다
홀로 시골에 남은 아버지가
무너져가는 개량 한옥을
부수고, 땅을 다지고,
컨테이너 움막에 외롭게 머물며
새집을 짓기까지 십여 년간
그 아이는 아버지 곁을 지켰다
어느 날,
어렴풋이 취해
대문을 넘어서던 아버지는
유난히 잠잠한 마당에서
문득 고개를 돌렸다
늘 순박하고, 그래서
어딘가 우둔해 보이던 녀석의
반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 아이를 묻고
일년을 홀로 지냈다
그러다 지인에게서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 개를
하나 받아 안아왔다
아버지는 손주들에게
아이의 이름을 어찌할지
물었다
누군가는 살구를,
누군가는 인절미를
기꺼운 마음으로 채팅방에 올렸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이름은
이전 그 아이와 같은
흰둥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