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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석 Oct 25. 2024

한국의 오피스 변천사(6)-지금, 2020년대

일하는 방식과 관점의 혁명과 실험이 시작되다


지금까지 한국의 오피스 변천사를 살펴봤는데요. 1960~70년대를 시작으로 이제 6회차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0년대 오피스 환경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런 시대적 변천사를 살펴보면 시간이 정말 갈수록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책상과 의자, 펜과 종이가 기본이던 사무환경에 OA 시스템이 등장하고 자리잡기까지 약 20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OA 시스템의 등장 이후 오랜만에 나타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스마트오피스 시대가 열린지 10년정도만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또 하나의 대전환이 일어납니다. 정말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고 생각디는데요. 2020년대에 들어선지 불과 4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도 거대한 변화 이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2020년대 초반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2020년대는 새로운 사무환경의 개념과 방향을 모색하는 실험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 현실이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2020년대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엄청난 글로벌 이슈를 직면하게 됩니다.  바로, 코로나19와 함께 등장한 팬데믹 시대입니다. 


갑작스러운 펜데믹 사태 속에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일상활동은 불가능해지고,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활동들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는데요. 이미 사회 전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던 디지털 포메이션은 비대면, 비접촉이 중요해진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더욱 본격화됩니다.


쇼핑, 교통, 배달, 지식, 생활 서비스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비대면 기반의 온라인 솔루션, 플랫폼들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합니다. 정보와 경험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방식 또한 순식간에 일상으로 파고들었죠.



이는 사무환경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오피스 내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기업들은 비대면, 원격근무를 중심으로 기술적 도구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비대면 협업을 위한 온라인 협업툴과 화상회의도 더욱 확산됐습니다. 


2019년 기준 국내 재택근무 활용률은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인 4.5%에 불과했으나,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7.4%까지 증가했습니다. 2010년대 스마트오피스 트렌드 속에 대기업,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만 진행되던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산업계 전체의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오피스에서만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펜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점차 익숙해지고, 앞으로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일하는 방식, 시스템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죠. 



사진 출처: 슬랙 홈페이지 캡처




이제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원격근무는 일하는 방식의 ‘뉴노멀’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던 영상회의 시스템은 보다 간결해지면서 원거리에서는 물론, 사내에서도 종종 사용될 정도로 보편화되고, 교육, 세미나 등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상당 부분이 대체되었습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메신저 기능뿐 아니라 회의, 프로젝트 관리, 공동 문서작업 등을 온라인상에서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협업툴들이 확산됐습니다. 


팬데믹의 종료와 함께 재택, 원격근무로 사무실을 나가 있던 사람들이 속속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재택, 원격근무는 이제 일부 기업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자연스럽게 시도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직원 복지나 생산성 측면에서 이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기업의 혁신성과 워라밸 등의 직무만족도 측면에서 중요한 평가지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가 사회∙문화 트렌드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성인으로 성장한 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각 분야에서는 변화된 세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죠. 


Z세대는 생존을 위해 디지털을 익히거나 성장과정 중 디지털 문화를 습득한 기존 세대들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 디지털 기반의 세계에서 성장한 세대로,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Z세대의 부상은 단순히 세대의 변화를 넘어 우리의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데요. 기존에 사회에 진출해있던 M세대까지 포괄하는 'MZ'라는 용어로 기존 세대와의 완벽한 차별화가 시대의 흐름으로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 그리고 이들 이전에 변화의 기미를 보였던 M세대. 이들은 팬데믹 이후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기업들의 관성에 제동을 거는 요소로도 작용했습니다. 


비대면이 익숙한 세대, 수직적 문화와 관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대, 생계보다 개인의 가치를 위해 일하는 세대, 조직보다 개인이 우선하는 세대 등 이들을 기성 세대와 구분짓는 몇 가지 키워드들은 기존의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전면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중요한 이슈로 인식됐습니다. 


사실 팬데믹과 이에 절묘하게 연계된 신세대의 등장만으로도 2020년대는 미래 변화 방향에 대해 그 어느 시점보다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급격한 기술적 변화는 여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과제를 추가합니다. 바로 AI죠.


이제 AI는 신기한 기술, 미래 기술의 개념이 아닙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소기업은 소기업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AI툴을 실무에 활용하거나 아예 AI 기반의 업무 구조, 플랫폼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변화가 이행되고 있습니다. 불과 1, 2년만에 기술은 대중과의 접점에서마저 엄청난 발전을 이뤘고, 빨리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마저 불러일으킵니다. 


현재까지 AI는 기존의 업무 구조와 일터 환경에서 업무의 고도화, 신속화, 편리화를 지원하는 정도의 인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머지 않아 어떤 형태로든 업무방식의 대전환이 이뤄질 것임을 직감하고 있습니다. 


AI기술이 노동자를 대체한다, 수 명의 업무를 한 명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일부 부서는 개별 조직으로서의 존재감을 잃고 해당 조직의 기능은 AI를 통해 아무나 자연스럽게 개인적으로 처리하는 스킬로 전락할 것이다 등 예견되는 현상은 다양합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업무의 전개 과정, 관리 방식, 투입 인원의 구성, 프로세스 전반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의사결정 체계와 방식까지 생략, 통합, 단순화 등 급진적인 축소와 효율화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합니다.


일하는 공간은 사무실에 국한되지 않고, 조직은 심한 경우 개인 단위로까지 쪼개질 수 있으며, 일하는 사람은 더 많은 자율성과 권력의 이양을 요구하는 시대. 제가 보는 현 시점 업무환경의 핵심은 이 정도입니다. 


여기서 예측할 수 있는 우리 오피스의 변화는 너무도 다양하며,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언제 또 어떤 혁신적인 기술이 변화의 축으로 떠오를지 모르는 시대니까요. 


하지만 몇 가지는 추상적이나마 충분히 예측 가능해 보이는데요. 우선 앞으로의 오피스는 원격근무 개념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곧 오피스의 역할은 개개인에게 업무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닌, 다른 기능으로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핵심은 원격근무로 충족할 수 없는 요소들을 보완하고, 재택∙원격근무 환경과 오피스의 근무환경 간의 조화를 이루는데 있을 것입니다. 


개인화된 원격근무에서 결여될 수 있는 소속감, 사회적 관계, 가치의 공유 등을 위한 프로그램과 공간∙환경 요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개인의 자율성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맞게 자율좌석제 등을 비롯해 개인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환경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오피스라는 공간은 그 기업의 일터로서 매력을 상징하고 경험하는 곳이 될 텐데요. 기업의 가치와 방향성,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환경, 다양한 요구사항을 포용할 수 있는 세분화된 기능 영역은 오피스를 구현하는 기본 조건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AI를 비롯한 기술적 발전에 따른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더욱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진행될 것이며, 이에 수시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은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고 상상해왔던 것 이상의 고도화된 개념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극단적인 조직의 축소,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 등 향후 전개될 업무 방식의 변화는 각 기업별로 보다 세분화되고 차별화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이에 따라 트렌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각 기업들에게는 매우 구체적으로 커스터마이징된 공간 솔루션이 요구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변화는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로 이뤄질 것이므로, 앞으로의 우리 오피스에 대한 전망 또한 결국은 예측과 상상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피스 환경이 실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특정 대기업이나 연구자들이 이끄는 대세를 찾는 실험이 아니라 각각의 기업, 오피스가 자신만의 길을 찾는 실험의 시대일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는 이 글도 본격적으로 이 시대 사무환경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 봐야할 텐데요. 다음 글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오피스의 변화 과정을 요약하며 현재 사무환경에 닥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어 우리의 사무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될 요소들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2020년대를 이야기하며 잠시 언급된 원격근무, Z세대, AI 등의 이슈도 이런 단편적인 부분뿐 아니라 좀 더 세밀하게 다뤄볼 텐데요. 이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앞으로 사무환경을 예측하고 실험하는 단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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