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 홍제천길에서

by 이정석

겨울은 저물녁에 들고

봄은 아직 이른 어느 날,

홍제천 옆길을 걷는다


그곳에는 지난

봄날을 흔들던 꽃잎 대신

늙은 잎사귀, 마른 풀들이

막 터진 석양에 빛났다


고가의 그림자에
숨죽여 흐르는 물길 위로
바스라지는 마른 석양이
낙엽처럼 퍽이나 잘
어울리던 날이었다


간판조차 작은 동네 카페와

정박한 마을버스를 둔

한적한 마을을 끼고

돌아 나가는 천변길


물새도 한둘 빼고는

자취를 감춘 채

텁텁한 미세먼지에도

산책을 지키는 사람들만

줄을 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24시 해장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