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에 대한 순수한 열망으로 남은 작가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

by 이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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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쫓겨나고 방황하던 아웃사이더 제리 샐린저는 어느 날 한 파티에서 유명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사교계의 스타 우나 오닐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아직 작품을 출판하지 못한 작가지망생일 뿐인 그에게 우나는 차갑기만 하고, 제리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유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가업을 이어 받길 바라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대학에 입학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제리. 그곳에서 평생의 은사인 휘트 버넷 교수를 만나 재능을 꽃피우고 마침내 버넷 교수가 운영하던 스토리誌에 단편을 실으며 작가로 데뷔, 꿈에 그리던 우나와도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후 뉴요커誌에 ‘홀든 콜필드’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을 발표하며 주목 받은 그는 버넷 교수에게서 홀든 콜필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장편을 쓸 것을 권유 받는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죽음의 전장에서도 펜을 놓지 않고 장편을 쓰기 시작한다.


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이후 전쟁 중 있었던 우나와의 이별, 잔혹한 생사의 트라우마로 고통 받던 제리는 명상과 글쓰기를 통해 겨우 정신을 회복하며 끝내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 ‘호밀밭의 파수꾼’을 발표한다.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영미 문학의 대표작인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셀린저의 생애와 호밀밭의 파수꾼이 탄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어른들의 사회적 가치에 반항하며 방황하는 젊은이로서 아이들로 대변되는 순수의 세계를 갈망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제목도 아이들이 뛰노는 호밀밭에서 그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는 게 꿈이라는 홀든의 생각을 담고 있다.


그러나 순수를 향한 갈망과 현실적 한계 속에 소심하면서도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반항심의 미묘한 공존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다소 미성숙하고 괴팍해 보인다. 영화에서는 이런 홀든 콜필드에 대해 출판 관계자들이 ‘혹시 미친 거냐’고 묻고 제리가 격하게 반발하기도 한다.


반면, 작품을 읽은 많은 젊은 독자들은 자신을 홀든 콜필드와 동일시할 정도로 그의 정신세계에 공감했다. 지금까지 이 작품이 널리 읽히는 것 또한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이들이 겪는 성장기 가치관의 변화와 방황을 누구보다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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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평전 등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대로, 그리고 영화에서 표현된 대로 홀든 콜필드는 작가 J.D.셀린저 자신을 녹여낸 캐릭터다. 학교에서 퇴학된 홀든 콜필드처럼 셀린저 역시 학교에서 쫓겨났고, 무명시절부터 문예지의 수정 권유에 극렬히 반항할 정도로 자기 세계를 지키고 기성에 반발하는 인물이었다.


영화는 이 캐릭터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그의 은사 버넷 교수의 조언에서 찾는다. 장황한 표현보다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의 힘,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힘을 만든다는 버넷의 가르침이 작가 자신을 투영한 전무후무한 캐릭터 홀든 콜필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처음 제리는 장편을 쓰는데 주저한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연인이었던 우나 오닐이 당대 최고 배우 찰리 채플린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숱한 죽음을 지켜보며 홀든 콜필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장편을 쓰기 시작한다.


앞서 홀든 콜필드와 호밀밭의 파수꾼의 특별한 정신 세계를 언급한 것은 이러한 작품이 시작된 배경을 생각해보고자 함이다. 본래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던 제리였지만, 아마도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장편이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을 온전히, 솔직하게 쏟아낸 캐릭터와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는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애정인 동시에 그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제리는 전쟁터에서 귀국한 후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다. 전쟁 트라우마로 가족과도 갈등을 빚을 정도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고,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는데 실패한 버넷 교수와는 절교를 선언할 정도로 큰 충격과 상처를 입는다.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던 그는 우연히 한 승려를 만나 명상을 하게 되고, 승려의 조언에 따라 완성하기 위한 글이 아닌 마음 가는대로 쓰고 버리기 위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호밀밭의 파수꾼을 완성하고, 많은 출판 관계자들과 갈등하는 우여곡절 끝에 작품을 출간,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로 우뚝 선다.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는가’라는 버넷 교수의 물음에 대한 답변처럼, 처음에는 작품을 출판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제리는 전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빠져든 진짜 작가가 된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그는 세상과 벽을 쌓고 시골에서 출판하지 않는 글을 쓰며 평생을 보낸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자신의 절정을 찾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글쓰기’라는 순수한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한 그의 모습이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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