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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Apr 15. 2024

나는 드라마 덕후입니다

인생 드라마 리스트업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드라마 <눈이 부시게> 김혜자 내레이션


사실 나는 드라마 덕후다. 육아를 하던 몇 년을 제외하고 늘 드라마를 끼고 살았다. 그래서 드라마를 떠올리면 할 말이 많다. 영화, 드라마, 책, 친구와의 수다에 이르기까지 스토리가 있는 건 뭐든 좋아하지만 드라마는 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영화와 달리 호흡이 길기 때문에 집안일을 하면서 보기에 적합하고 피드백과 경청을 요하는 친구와의 수다보다 부담이 덜하다. 드라마는 오로지 눈과 귀가 즐거우면 그만이다.


게다가 나는 과몰입러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김혜자의 엔딩신을 볼 때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면, 당신도 나와 같을수도? 그렇다면 나를 과몰입러로 만든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이라면 나의 가슴을 내리치고 떠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꼽을 수 있겠다. 물론 이에 버금가는 인생 드라마도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나의 아저씨만큼 슬픈 드라마는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나의 아저씨가 잊혀지는 게 마음 아프다.


오늘은 드라마 덕후로써 나도 인생 드라마 목록을 만들어봤다. 떠오르는 데로 썼으니 순위는 없다. 만약 겹치는 드라마가 있다면 마음속으로 격하게 공감 해주길, 나도 신나서 하이파이브를 할 테다.


굿바이 솔로/ 노희경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노희경

거짓말/ 노희경

빠담빠담/ 노희경

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

그들이 사는 세상/ 노희경

디어 마이 프렌즈/ 노희경

괜찮아 사랑이야/ 노희경

네 멋대로 해라/ 인정옥

아일랜드/ 인정옥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경희

연애시대/ 박연선

시그널/ 김은희

도깨비/ 김은숙

더 글로리/ 김은숙

신사의 품격/김은숙

미생/ 윤태호

비밀의 숲/ 이수연

사랑의 온도/ 하명희

나의 아저씨/ 박해영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멜로가 체질/ 김영영

눈이 부시게/이남규

동백꽃 필 무렵/ 임상춘

응답하라 1988/ 이우정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우정

옷소매 붉은 끝동/ 강미강 웹툰

이태원 클라스/ 조광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라하 웹툰

스위트홈/ 김칸비 웹툰

무빙/ 강풀 웹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는 참 노희경 작가를 좋아하는구나! 그 밖에도 박해영, 김은희, 김은숙, 인정옥 작가의 섬세한 대화체를 특히 좋아한다. 요즘은 웹툰 작가들의 작품도 정신을 빼놓을 만큼 매력적이던데 그중 강미강 웹툰 원작의 옷소매 붉은 끝동, 이하라 웹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강풀의 무빙 그리고 김칸비 작가의 스위트홈을 인상 깊게 봤다. 아무래도 당분간 K드라마는 꾸준히 우리 국민의 국뽕을 수호하지 않을까?


최근 드라마 중에서는 이하라 웹툰 원작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인상깊게 봤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배우 박보영이 각별해서 일 수도 있겠다. 드라마는 우울증, 공황장애, 조울증 등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고 나는 쉽게 몰입될 수 있었다. 실제로 웹툰 작가 이하라는 정신병동에서 6년간 일해 온 간호사라고 한다. 드라마가 다소 짧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어쩌면 시즌2가 나오리라 내심 기대하는 중이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통해 더 좋아졌던 배우들을 떠올려봤다. 너무 많다 보니 일일이 그들의 이름을 적진 않으련다. 작가의 필력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 오로지 배우의 몫이다. 배우는 원래 캐릭터에서 자신만의 분위기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인물를 만들어낸다. 모르긴 해도 배우의 삶은 작가의 삶 이상으로 다채롭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드라마 시청률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먼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한국 드라마를 알아봤다. 1996년 방영한 <첫사랑>이라는데 시청률이 자그마치 65.8%를 기록했다니 기염을 토할 일이다. 시청률이 높기로 치면 막장 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막장 드라마의 대가로는 임성한, 문영남, 김순옥 등의 작가가 있으며 주로 등장하는 소재는 출생의 비밀, 고부갈등, 패륜, 불륜, 청부살인 등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귀신이 등장하는 등 나름 특수효과를 사용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나에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본 막장 드라마가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시기 방영했던 드라마 <펜트하우스> 다. 심지어 욕하면서 끝까지 다 봤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웃프게 한다.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이 아무리 예전 같지 않다지만 우리가 막장 드라마에 넋을 놓는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그 밖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천천히 풀어놓기로 하고 오늘은 아쉬운 데로 드라마 <멜로가 체질> OST 장범준 노래를 들으며 마무리를 해 본다. 달달한 저녁이 될 것 같다.


Here's looking at you, kid 
당신의 눈에 뭐가 보이든 
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 멜로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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