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방식의 차이
상담일자: 2023년 4월 18일
내담견: 롱롱이
견종: 미니어처 푸들 (여전히 스탠더드라고 우김)
연령: 8세+ (중년)
상담사: 요즘 좀 어떠세요?
내담견: 네 그럭저럭.....
상담사: 오늘은 언니 보호자와 관계가 어떤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내담견 상담내용
언니보호자는 아무래도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처음 언니 보호자를 만났을 땐 절 숨 막히게 안아줬었는데. 지금은 우리 사이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살짝 흥분해서) 사실 우리는 티키타카가 정말 좋아요. 어릴 때 언니 보호자는 늘 저에게 책을 읽어줬고 제가 책 옆에 쉬야를 해도 알아채지도 못했죠. 아무래도 언니 보호자의 후각은 저를 못 따라오는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만큼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어요. 그날은 가족들이 저만 놔두고 2박으로 캠핑을 갔다 놀아오는 날이었는데. 한 여름 푹푹 찌는 날씨에 집단 보호소에 이틀이나 쪼그리고 잔 것도 그렇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을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마 선생님은 상상도 못 할 거예요.
한 가지 이상한 건, 가족들은 거대한 가방을 가지고 돌아올 때면 뭐 그리 바쁜지 저랑 놀아주지도 않아요. 언니 보호자도 평소와 달리 급히 자기 책상에 앉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 뭔가를 하더군요. 전 너무 반갑고 기뻐서 언니를 툭툭 치면서 놀자고도 해 봤지만 반응이 없었어요.(고개를 떨구고)
저는 언니에게 반가운 마음을 알리고 싶어서 제 방식대로 표현을 하고 담담하게 그 방을 나왔죠. 엄마는 여전히 거대한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느라 바빠 보였고. 아빠는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중이었어요. 그때 갑자기 언니 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제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언니방으로 달려갔죠.
언니는 아주 거대한 소리로 끙끙거리고 있었고 방안은 온통 향긋한 냄새로 가득 찼어요. (향긋한 냄새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
곧이어 엄마랑 아빠 보호자가 저를 내려다보며 몇 차례 끙끙거렸고, 분주하게 뭔가를 치우더니 언니 보호자는 문을 쾅 닫아버렸죠. (의기소침) 뭔가 맘에 안 들었나 봐요. 저는 어떻게 하면 언니 맘을 돌릴까 언니 방문 앞 매트에 누워 한참을 고민했죠. 언니 보호자가 몇 차례 밖으로 나왔는데 저를 만지지도 않고 쌩하니 도로 들어가 버리는 거예요. (통곡하기 시작)
(울먹)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언니 보호자가 저에게 문을 안 열어준 것이.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지금까지도 모르겠어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뭔가를 꺼내며) 오늘은 선생님께 이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 어렸을 때 언니가 그려준 그림인데 정말 잘 그렸죠? 언니 보호자와 예전처럼 다시 잘 지낼 수 있을까요? (간절히 쳐다보며)
언니 보호자 상담내용
롱롱이는 엄마만 좋아해요. (입술을 삐죽거림) 내가 얼마나 자기를 귀여워해줬는데. 하루종일 엄마만 졸졸졸 따라다니죠. 뭐 그래도 괜찮아요. 엄마가 산책시켜 주고 밥도 주고 하니까 롱롱이는 엄마가 제일 좋겠죠. (어깨를 한번 들썩임)
(머뭇거리다가) 사실...... 제가 롱롱이를 한동안 방에 못 들어오게 한 적이 있어요. 녀석이 엄청난 일을 저질렀거든요. 와우. 지금 생각해도 (토하듯 웩~) 그날은 저희 가족이 캠핑에서 돌아온 날이었어요. 저는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해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숙제를 하기 시작했죠. 순간 롱롱이가 놀아달라고 제 팔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글씨가 삐뚤어진 거예요. 전 좀 짜증이 나서 모른 체했죠.
롱롱이는 좀 치대다가 방을 나가는 듯했어요. 그런데 몇 분이 지났을까? 수상한 냄새가 나는 거예요. 말도 안 되죠? 말도 안 돼요. 우리 롱롱이는 화장실도 잘 가고 산책도 꼬박꼬박 해서 집에서 거의 실수 안 하거든요. 그것도 내 방에서 말이죠. 그것도 내가 앉아있는 의자 바로 뒤에다가 응*를 한 거예요! 믿을 수 있겠어요?
전 너무 깜짝 놀라서 엄마~~~~~~~~! 하고 비명을 질렀죠. 녀석이 엄마 아빠랑 함께 달려왔어요. 전 롱롱이에게 훈계를 하고 벌을 세우고 싶었는데. 엄마 아빠는 어이가 없으신지 한참을 웃으시다 "롱롱이가 우리끼리 놀고 왔다고 토라졌나 보다"라고 말하며 그냥 내버려두자고 하는 거예요. 전 화가 나서 문을 쾅 닫아버렸어요. 어휴.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황당해요. 얼마나 오래 닦았는지 몰아요. 그 후로 한동안 방문을 닫고 지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우리의 오해가 풀어졌죠. 유튜브로 제가 좋아하는 강형욱 선생님 강의를 듣는데 반려견의 그런 행동은 보호자를 너무 사랑해서라는 거예요!? 보호자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이죠! 저는 순간 멍해졌어요. 어린 강아지일수록 너무 반갑고 흥분이 되면 그런 실수를 종종 한다고 하네요. 정말 충격적이었지만. 그것도 롱롱이의 표현방식이었다고 생각하니 미안해지는 거예요. (고개 푹) 어휴. 롱롱이가 많이 속상했을 거예요. 그 후로 저는 롱롱이에게 방문을 열어줘요. 그런데 웬일인지 녀석이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토라진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상담사 소견
롱롱이와 언니 사이에는 사실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롱롱이의 주양육자는 엄마 보호자기 때문에 롱롱이는 엄마바라기지만 언니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고 언니를 무척 신뢰하는 것 같다. 다만 언니가 바빠서 롱롱이랑 잘 못 놀아주니 롱롱이는 서운한거다. 그리고 지난번 응* 사건의 경우, 많은 내담견들에게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때 보호자가 크게 화내거나 혼내지 않으면 아이들이 성견이 되면서 점차 실수가 줄 테니 걱정할 것이 없다. 언니 보호자와 롱롱이의 사이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 몇 가지 처방을 내려줬다.
언니방에 문을 닫아놓아도 되지만 롱롱이가 노크할 땐 열어줄 것
숙제할 때 롱롱이가 지나치게 치대면 바디 블로킹
종종 문을 열어둘 때 다정하게 롱롱이를 부른 후 언니방에서 간식을 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