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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Apr 28. 2024

사춘기 아이에게 친구란?

영화 원더 <Wonder>를 보고


올바름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땐
친절함을 선택하라.
When choosing between
right and kindness,
choose kindness.
-Wonder 中-



사춘기 딸아이와 영화 <Wonder>를 보던 중이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올바름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학생들에게 묻는 중, 누군가 '친절함'을 선택하겠노라 대답하니 듣고 있던 딸아이가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영화 초반부에 던져진 이 질문에 사실 저 역시 '친절함'을 선택하고 싶지 않았는데 왜였을까?


나는 문득 '긍정만능주의'가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마법 말이다. 그런데 영화는 마치 우리의 생각을 알겠다는 듯 곧 우리가 친절해야 할 이유를 던져줬다. 긍정 심리학이 결코 인간의 부정적 측면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도 일치한다. 우리가 친절해야 할 대상은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였다. 순간 납득이 갔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하라.
Be kind to all who fight hard.
-Wonder 中-


영화 <원더>는 R.J. 팔라시오의 2012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어거스트는 트레이더 콜린스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소년이다. 어기(어거스트)는 남다른 외모 때문에 27번의 성형수술을 견뎠고 집에서 부모님에게 홈스쿨링을 받았다. 그리고 10살이 되자 학교에 편입할 것을 결정하게 된다. 어기의 엄마 이사벨은 어기가 학교에서 놀림을 받을까 봐 걱정이 가득하지만 아빠 네이트는 이를 비교적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영화는 어기의 시점, 어기 누나 비아, 어기의 친구 잭 윌, 비아 절친 미란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한다. 원작 소설에는 어기의 친구 써머와 미란다의 남자친구 저스틴의 시점도 있다. (본 글에서는 부득이하게 스포를 부분 공개할 예정이니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예상했던 데로 학교에 가게 된 어기는 얼굴 때문에 놀림을 받고 친구 사귀는 것도 순조롭지 않다. 특히 줄리안이라는 녀석은 노골적으로 어기를 비웃고 놀리는 아이로 한 반에 하나 정도는 있을법한 빌런이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무리들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 잭(잭 윌)만큼은 어기의 친구가 되어준다. 그런데 어느 날 할로윈 데이를 맞이하여 가면을 쓰고 등교한 어기는 우연히 잭 윌이 줄리안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된다. "내가 걔(어기)처럼 생겼으면 자살했을 거다"라고 말이다.


이번에는 어기의 누나 비아 이야기를 해 보자. 어기는 비아가 어릴 적 그토록 바라던 남동생이다. 그런데 어기의 특수성으로 인해 엄마 아빠의 모든 관심은 어기에게 집중된다. 어린 비아가 얼마나 힘들었을? 그럼에도 비아는 가족 안에서 최선을 다해 어기를 돌본다. 심지어 비아의 절친이었던 미란다의 일방적 절교 후 심한 괴로움에 시달릴 때에도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를 통해 비아와 어기는 공통의 과제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점이다. 마침 어기가 젝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힘들어할 때이다. 비아는 상관하지 말라며 화내는 어기에게 오늘이 너에게만 안 좋은 날은 아니라며 아래와 같은 말을 한다.  


학교는 원래 구려.
(그런데) 사람들은 변하지.
만약 네가 평범한 아이가 되길 원한다면,
어기, 그게 규칙이야.
School sucks and people change.
So if you wanna be a normal kid
Auggie then those are the rules.
-Wonder 中


나는 비아의 말을 한참 되새겨봤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공간일까? 집이 지옥인 경우 학교가 차라리 나을 수 있지만 학교가 더 좋은 경우는 드문 것 같다. 학교가 더 좋다면 친구가 좋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마저도 친구관계가 마음 같지 않아 힘들다. 나를 돌아봐도 사춘기 때는 친구가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딸아이는 그렇지 않으니 시대에 따라, 기질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래관계가 일생을 통틀어 청소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나를 비추는 또 다른 자아이자 동시에 타자이다. 아이들은 친구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지만 자신만의 특수성도 고수한다. 자아의 크기로 본다면 아마도 자아가 가장 비대했을 영아기에 가깝지 않을까? 내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을 담기가 어려운거다. 그런 이유로 타인을 올바르게 수용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단 아기때와는 달리 청소년기에는 상호적인 애착관계가 가능하다. 아기때는 일방적으로 보살핌을 받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서로 관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영화 <원더>에서 비아의 절친 미란다는 왜 비아와 절교했을까? 비아가 느끼는 외로움과는 별개로 부모가 갈라선 미란다 눈에 비아의 가정은 완전하다 못해 완벽해 보인다. 심지어 어기의 장애라는 특수성이 특별하게 느껴질 정도다. 결국 미란다는 비아를 부러워하게 되고 부러움이 커질수록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비아는 그런 미란다의 마음을 알 리가 없다. 사실 사춘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선망'은 처리하기 어려운 감정이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들은 변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란다도 젝도 다시 비아와 어기 곁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변화를 너무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변화의 흐름은 늘 양방향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변화란 상황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거친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길 원한다면 사고가 유연해져야 한다. 여기서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좀 거슬릴 수도 있을 텐데. 이는 인간이 개별성과 공통성 모두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어른 입장에서 바라본 아이들은 '미성년자' 즉,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는 나이이기에 좋은 어른들만 곁에 있어준다면 나쁘게 변할 이유가 없지않을까? 실제로 딸아이가 한참 친구문제로 고민했을 때 모두의 변화에 대해서 내가 위로해 준 말과도 비슷하다. "네가 성장하는 것처럼 네 친구들도 성장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비아의 말을 내가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밖에도 영화 <원더>를 통해 다양한 인간 심리를 엿볼 수 있었다. 나도 엄마인지라 특히 이사벨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불안이 많은 엄마 곁에서 한결같이 힘이 되어준 어기 아빠, 용기 내어 어기에게 사과한 잭, 빌런 줄리안의 부모를 보고도 느끼는 점이 많았다. 오늘은 사춘기 아이들에게 있어서 친구란 무엇인지, 때때로 사랑스럽지 않은 누군가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할 이유를 찾아봤다. 


만약 까칠한 사춘기 자녀와 함께 산다면? 말보다 영화, 돌아오는 주말에 함께 볼 영화로 <원더 Wonder>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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