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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Oct 10. 2022

글쓰기가 힘겨운 몇 가지 이유

브런치 알림에 감사하며

   작가님 글이 보고싶습니다. 
무려 60일 동안 못 보았네요. 



다정한 브런치 알림이 나를 또 이곳으로 이끌었다. 60일 동안 글을 쓰지 못하는 나는 또 어떤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려 왔을까. 침묵하기보다는 글쓰기가 그토록 힘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나는 다시 한번 고민해보기로 했다.  


나는 분명 글쓰기가 좋지만 한편 글쓰기가 힘겹다. 마치 피아노는 좋고 연주는 잘 하고 싶은데 연습은 꾸준히 못 하는 것과도 같은 마음일까. 그렇다면 나는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일까 싫어하는 것일까. 살면서 유사한 질문을 던진 적이 수없이 많다. 좋기도 한 데 싫기도 하고 좋기는 한 데 불편하거나 귀찮거나 공들이기는 싫다면 그건 내가 너무 편한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전형적인 게으름의 한 예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날 보고 게으르다고 할까.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반복되는 익숙한 활동에는 매우 부지런하다. 예를들어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일기를 쓴 후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일에는 게으르지 않다. 심지어 정보성 블로그에 매일 한 두 편의 글을 남기는 것 역시 꾸준히 해 온 일이다. 그런데 어째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은 이토록 힘겨울까. 인풋(input)은 쉽고 아웃풋(output)은 어렵다는 말로는 부족한데 아마도 창작에 따르는 부담감이 아닐까. 그것이 내가 글을 써내지 못하는 가장 큰 심리적인 이유겠다.


글쓰기가 더뎌지는 다른 이유는 없을까? 나는 쓸데없이 사전 준비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글쓰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조용하고 깨끗한 주변 환경 유지 그리고 정신을 맑게 해 줄 아메리카노 한 잔과 피곤함을 달래줄 달콤한 디저트 한 조각까지. 주변에 누군가 어른거리면 집중이 안 되고 바닥에 과자 부스러기라도 떨어져 있으면 당장 청소기를 들고 와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내가 마음을 먹고 자리에 앉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한 번 앉으면 세 네 시간 이상은 거뜬하다는 점이다. 중간에 화장실에라도 가게 되면 흐름이 깨지고 나는 딴 데로 새어 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침 돌려놨던 세탁기가 울린다거나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한다거나 말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양호하다. 엄마로써 그리고 아내로써 집안에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아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벌써 한 학기가 지나도록 정상 수업을 못하고 있고 남편 역시 재택근무가 잦아지는 바람에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물론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그 정도 어려움은 극복하고자 연습에 또 연습 중이지만 여전히 집중이 안 되는 것을 누구 탓을 할까. 글쓰기로 내가 당장 수익이라도 내고 있다면 또 모르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큰소리 뻥뻥 치며 창작의 고통을 토로해 볼 테다.


또 한 가지, 나는 한 번 자리 잡고 앉으면 틀림없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곤 하는데 문제는 나의 집중력이 매우 산발적이라는 점이다. 보통은 글쓰기로 시작해서 끝은 일기로 끝나거나 뜬금없이 기사를 검색하고 그것도 아니면 어느새 깊숙이 책꽂이에 짱박아 두었던 책을 꺼내 정독하고 있다. 그러다 필받으면 책 정리하고 또 딴 책에 손 데고. 같은 이유로 나는 늘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매우 효율적이지 못한 나쁜 습관임을 인정하지만 쉬이 고쳐지지가 않는다.


그렇게 어쩌다 글쓰기에 모든 집중을 쏟아붓는 기적적인 순간이 오면 드디어 속도감 있게 글을 써 내려가는데 그때부터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되고 결국 도저히 발행을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물론 아주 드물게 한 번에 써지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듬고 다듬어서 내보내게 된다. 일단 글의 주제는 제목과 맞는지. 논리는 빈틈이 없는지. 적절한 예시였는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반복되는 형용사나 부사 없이 앞뒤 호응 관계는 맞는지. 쓸데없이 길지는 않은지. 군더더기를 거둬내고 담백하게 정리하고 다듬다 보면 심지어 당황스레 뼈대만 남아버릴 때도 있다. 그렇게 밸런스가 깨어진 글은 결국 작가의 서랍에 저장된다.


이렇게 내가 글쓰기를 힘겨워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보니 글쓰기는 분명 쉽지 않은 작업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참 좋다. 비록 여전히 비루한 수준의 어휘력과 문장 구사 능력이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곤 하지만 오늘처럼 '당신 글이 보고싶다'는 브런치 관계자의 한 마디에 설레이는 순간들은 분명 나를 일으켜주는 힘이 되 주리라. 어쩌면 나의 1만 시간의 법칙은 지금부터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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