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삭제했다 다시 올립니다.
직접 제가 꾼 꿈과 이런저런
허구적 상황을 글에 담은 것인데
내용이 좀 충격적이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까 봐
삭제했었는데요.
저희 집 예술하는 딸아이가 보더니
가장 맘에 드는 시라고 하더군요.
가장 많은 것을 담은 시라고 말이죠.
예술은 예술로만 받아들이면 된다고요.
그래서 용기 내서 다시 올립니다.]
바람꽃
꿈을 꿨다.
널찍한 내 침대 위로
술에 취해 널브러진 아빠가
짐승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있는 힘껏 소리 질렀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악다구니를 쓰고
온몸으로 아빠를 밀어냈다.
아빠가 덮친 건 엄마였다.
어린 오빠가 곁에서 울고 있었다.
나는 다시 소리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목을 조르던 아빠의 손을
있는 힘껏 물어뜯으니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사람처럼 쓰러진 남자
오빠는 아빠가 되어
남자를 쳐다봤다.
꿈인 것 같아
젖 먹던 힘을 다해
욕설을 퍼부었다.
여전히 고요했지만
나는 뜨겁게 울고 있었다.
내가 구하지 못한 건
그 누구도 아닌
엄마였다.
제가 이 꿈을 꾼 날
남편이 마침 출장에 가서
곁에 없었습니다.
악몽을 자주 꾸는 건 아닌데
보통 악몽을 꿀 때면 남편이 곁에서
손을 꼭 잡거나 안아주면 잠꼬대까지는
안 가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 날은 남편이 없어서
잠꼬대로 소리를 세 번이나 질렀더군요.
이 글에는 여러 가지 인간 군상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캐릭터로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오늘>, <세 자매> 등이 떠올랐는데요.
아버지에게 폭행당한
자녀 (세 자매) 또는 엄마
자녀가 폭행당하는 동안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었던
엄마 (영화 오늘)
엄마가 맞는 걸 지켜내지
못한 집안의 장남 (각종 드라마)
그리고 그들의 대물림되는 상처
가해자가 피해자고
피해자가 가해자인
그런 슬픈 군상들을
한꺼번에 담아놓으니
꽤 충격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어디쯤 나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잠에서 깨어난 저는
일단 눈물이 쏟아졌고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치유가 일어나는 순간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