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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May 29. 2024

아파서 미안해요


아파서 미안해요


바람꽃



장대비 내리던

지독한 여름날,

소독 내음 진동하는

병원을 갔어.


새하얀 복도 위로

우울이 내려앉자

너는 슬펐고

나도 아팠지.


얄궂은 알약들이

목구멍을 구르니

너도 울었고

나는 삼켰어.


뚝. 뚝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겨서

바닥까지 파고들던

네 작은 목소리.

 

"아파서 미안해요."






"결국 엘레나가 하늘로 떠나고

슬픔에 잠겨있던 데저리크 부부는

어느 날 놀라운 쪽지를 발견한다.

엘레나가 하늘로 떠나기 직전까지

9개월 동안 아무도 몰래

가방과 서랍장, 책장, 찻장, 앨범 등

집안 곳곳에 수백 장의 쪽지를 숨겨둔 것이다.

자신이 떠난 뒤에 가족들이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그레이스, 미소 지어!"

그리고 마지막 힘을 쥐어짠 듯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남긴 말

"아파서 미안해요."


출처: 김혜남 <당신과 나 사이>



오늘 낮 카페에서 책을 읽다

위 구절을 발견하곤

주책맞게 눈물을 쏟았네요.

그 길로 집에 돌아와

끄적여봤습니다.

무슨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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