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장대비 내리던
지독한 여름날,
소독 내음 진동하는
병원을 갔어.
새하얀 복도 위로
우울이 내려앉자
너는 슬펐고
나도 아팠지.
얄궂은 알약들이
목구멍을 구르니
너도 울었고
나는 삼켰어.
뚝. 뚝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겨서
바닥까지 파고들던
네 작은 목소리.
"아파서 미안해요."
"결국 엘레나가 하늘로 떠나고
슬픔에 잠겨있던 데저리크 부부는
어느 날 놀라운 쪽지를 발견한다.
엘레나가 하늘로 떠나기 직전까지
9개월 동안 아무도 몰래
가방과 서랍장, 책장, 찻장, 앨범 등
집안 곳곳에 수백 장의 쪽지를 숨겨둔 것이다.
자신이 떠난 뒤에 가족들이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그레이스, 미소 지어!"
그리고 마지막 힘을 쥐어짠 듯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남긴 말
"아파서 미안해요."
출처: 김혜남 <당신과 나 사이>
오늘 낮 카페에서 책을 읽다
위 구절을 발견하곤
주책맞게 눈물을 쏟았네요.
그 길로 집에 돌아와
끄적여봤습니다.
무슨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