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기다림 중에
기적처럼 당신을 만났습니다
다정한 목소리 따뜻한 온기에
차마 그 손을 놓지 못하고
잠시라도 더 머물고 싶은 나는
그저 당신이 그리운 어린아이였습니다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 한 나는
당신들을 힘들고 아프고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눈물도 기도도 헌신도
바꿀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실낱같은 생명줄을 부여잡고
당신들의 인생을 저 멀리 제쳐두고
끈질기게 버텨낸 당신의 희생에
당신의 사랑에 당신의 기다림에
나는 참을 수 없이 미안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반드시 당신의 부모로 태어나서
당신을 똑같이 안아주고 살펴주고
사랑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떠나도 내가 떠난 후에는
당신이 그만 힘들어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자녀로 태어나서 감사했습니다
나는 충분히 행복했고 사랑받았으니까요
당신이 듣기 싫어하는 말인줄은 알지만
내내 머릿 속을 맴돌 던 말을 전합니다
"태어나서 미안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힘들지 않기를
나는 정말 잘 지내다가 갑니다
작가의 말
아이가 많이 아파서 두려웠을 때
터무니없는 상상을 펼치며 메모해 둔 내용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제서야 풀어놓습니다.
다른 고통이었지만 차마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이 힘들었던 한 때도
생각났던 단어는 바로 '고통의 무게'였는데요.
그 어떤 걸로도 가늠할 수 없고
누군가 입에 올리는 것조차도
주제넘는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감히 그 고통의 무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혹시 이 글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다면
제가 풀어놓지 못하는 고통의 무게도
한 번쯤 상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누구에게든 한 가지씩 있을 법한
다른 무게의 다른 고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