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마을에 입성한 3개월 남짓
라이킷도 댓글도 구독까지도
마치 연애의 밀땅과 같다
랜선 넘어 누군가 라이킷으로
똑똑똑 노크를 하면
나도 어김없이 작가의 노트를
클릭하여 두루 살핀다
어떤 글은 제목과 첫 문장만으로
나를 사로잡을 수 있음을
마치 첫눈에 반한 것 같은 설렘으로
나도 라이킷을 꾹 눌러본다
그러나 일단 댓글과 구독은 미루고
일부러 다시 찾아가는 쪽을 택한다
나는 이런 혼자 하는 밀땅이 참 좋다
브런치 마을에는 없는 직업도 없는 글도 없다
그들의 본케가 궁금할 정도로
모두 부캐가 두 셋 쯤은 되어 보인다
대체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은
매력적인 글들도 많다
인연, 우정, 사랑, 믿음, 의리 등
클래식한 단어들은 사라진 줄
일상에서 보이지 않던 시와 산문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브런치 마을의 그녀(그)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그녀(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 필요도 없다
얼굴도 나이도 모르니 편견도 없다
오로지 글이 전달하는 느낌과
에너지에 끌리면 그만이다
은근하게 스며들듯 오래 두고
천천히 사귀어 볼 수 있다
놀랍게도 결이 비슷한 이와는
자석처럼 끌린다는 사실
물론 때때로 서두르며
다가가다 관계가 어긋나고
바보 같은 실수가 엉켜
되돌릴 수도 없겠지만
라이킷도 댓글도 유령처럼 사라지고
나를 짐작하고 판단하는 댓글도 있겠지만
이어질 인연이면 결국 이어지지 않을까
때마침 쓸쓸함을 토닥여주는 댓글도 나타난다
본시 '관계'란 부분이 아닌 전체고
순간이 아닌 연속이니 더함이 있으면
모자람이 있는 것은 당연할 테다.
나는 브런치 마을에서 나는 사람냄새가 참 좋다.
이쯤에서 기대 말라 찬물 확 끼얹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은 반드시 거절한다
나름 랜선에서 만난 인연들과 20여 년 이어오며
판타지도 없고 기꺼이 곰이고 싶은
착한 여우임은 숨기고 싶다
브런치에 대한 지금 마음
100년 만년 이어지겠냐만은
내가 사는 21세기 동시대의 사람들이
여전히 꿈을 꾸고 따뜻하게 서로 보듬고
살아가고자 한다는 사실을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것 만으로
나는 충분히 기쁘다
랜선 밖의 세상이 분주하니
브런치 죽순이는 못 되어도
이웃들과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냈으면
누구든 콕 집어서 고백하지 못하는
마음도 헤아려주리라
덧붙여 지금 쓰는 글의 장르도
묻지 말아 주기를
우리 모두 그 자리에서
서두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