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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Jun 28. 2024

나는 당신을 잘 알지 못합니다


나는 당신을 잘 알지 못합니다


바람꽃



당신에게 내가 그러한 것처럼

당신도 나를 프레임에 가두지 말아 주세요

마음대로 나를 짐작하고 판단해서

나를 더 사랑하지도

더 미워하지도 말아 주세요


당신은 덤벙대도 꼼꼼할 때가 있고

말은 아끼지만 거짓이 없습니다  

다정하지 않아도 약자에겐 너그럽고

투덜투덜 까다로워 다가서기 어렵지만

좀처럼 타인의 험담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빵보다 밥을 좋아하고

커피는 얼죽아 탕수육은 찍먹

참외보다 수박 회는 와사비 간장에

소주보다 맥주 최고의 안주는 땅콩

불안할 땐 달리기를 즐기지요


하지만 나는 당신을 잘 알지 못합니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은 자유롭게 도약하시기를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처럼

나도 당신을 계속 궁금해할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자라온 환경도

취미도 서로 매우 다릅니다

그런데 종종 이 사람이

'이렇게 나를 잘 알고 있다고?'

하며 깜짝 놀랄 때도 있습니다

반면 어떻게 20년을 살았는데

'나를 이렇게 몰라?'

라는 생각에 서운해지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우리 부부가 나름 잘 지내는 이유는

아마도 남편 덕이 큰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제게 '오늘은 어땠어?'라고 묻는

남편의 최대 장점은 변함없이 저라는 사람을

궁금해해 준다는 것인데요.

저는 상대에 대한 애정 어린 호기심이

바로 사람사이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신선함'에서 온다죠?

쉬운 건 아니지만 상대를 궁금해하는 순간부터

애정은 성숙하게 진화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가 과거와 미래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무한한 현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대체로 그렇지만 저는 시를 쓸 때

사실과 허구를 마구 섞습니다.

즉 위에서 '당신'의 성격과

좋고 싫어하는 건 완전한 허구임을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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