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파가 왔다. 그래, 이게 겨울이지. 아니, 이게 원래 겨울이었던가? 여태까진 장난이었다는 듯 맹렬한 추위가 칼날을 세운다. 장갑을 끼고 지퍼를 턱 끝까지 올렸지만, 틈새를 비짚고 들어오는 한기는 도무지 막아지질 않는다. 이런 날씨엔 정말 집밖을 나가기가 싫다. 일이든 공부든 운동이든 간에, 다 때려치우고 곰처럼 겨울잠을 자고 싶다. 인간은 왜 겨울잠을 못자는걸까. 다 끝나고 봄이 찾아온 후 잠에서 깨고 싶다.
한겨울은 무언가를 실천하기 참 어려운 계절이다. 비유하자면 영화 속 '최종흑막'이다. 밖에 나가기도 싫은 추운 날씨에, 또 하필이면 1년의 마지막에 찾아와 우리의 의지를 나약하게 만든다. 심지어 이 최종흑막은 매년 돌아와 우리를 시험한다. '이 정도 추위면 못 나가', '올해 할 만큼 했잖아'라며 달콤한 나태함을 속삭인다. 우리는 자꾸만 자석에 끌리듯 침대 속으로 파고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가야 한다. 포근한 침대가 우릴 유혹해도, 저 한겨울을 뚫고 꾸준함을 실천하기 위해 밖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아니기에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안온함에 속아 나태함에 무릎 꿇지 말자. 지금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향한 서슬 퍼런 엄격함이다.
이제 정말 다왔다. 1년의 마지막 페이지가 몇 장 남지 않았다. 며칠만 더 버티면 우리 인생의 다음 장(章)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그 문턱에서, 스스로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을 포기할 것인가? 아쉽게도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한 번 막이 내려가면 다시는 그 장면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지금 나약해져 뒷걸음질 친다면, 우리는 다시 비슷한 지점에 서기 위해 또다시 1년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침대에서 일어나라. 찬물로 세수를 하고 신발끈을 묶어라. 매년 반복될 한겨울 앞에서 매번 지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마주해야 할 최종 흑막이라면, 비겁하게 숨기보다 당당히 이기는 편이 낫다. 곧 막이 내릴 것이다.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내 손으로 직접 막을 올려야 비로소 진엔딩(True Ending)이다. 올해를 당당히 배웅하고, 내년을 마중하러 가자.
이제, 문을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