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평한 가치는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의 흐름은 같다. 나의 1년, 너의 1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한 시간을 향유한다.
때문에 시간은 가장 잔인한 잣대이기도 하다. 애석하게도 가장 공평하기에, 가장 비교하기 쉽고 그럴듯한 기준이 된다. 나의 5년, 나의 10년을, 누군가는 1년만에, 혹은 더 짧은 시간만에 따라잡아 버린다.
그 압도적인 속도 차이 앞에서, 내가 흘린 땀방울은 종종 '미련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같은 양의 모래가 떨어졌음에도, 누군가의 시간은 황금이 되어 쌓이고 나의 시간은 그저 먼지가 되어 흩날리는 듯한 박탈감. 물리적인 시간은 같았을지언정, 그 시간을 채운 밀도는 달랐다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 드는 순간이다.
하지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곧 깊이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단숨에 목적지에 도달한 자는 길가에 핀 꽃의 향기를 맡지 못하고,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걸어본 자만이 길의 요철을 기억한다. 효율이라는 잣대로만 본다면 나의 시간은 낭비였을지 모르나, 삶이라는 궤적에서 본다면 그것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서사가 된다.
그러니 남들에게 눈길을 주며 조바심 낼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갔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얼마나 짙게 파고들었느냐다. 비록 더디고 투박할지라도, 온몸으로 밀고 나간 그 묵직한 시간만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되어 남을 테니까.
공평한 시간에 불공평한 깊이를 만드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