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밖에 내지 못하는 말들이 있다. 상대방이 답을 원하지만, 답을 주지 못하는. 말을 하고 싶지만, 다시 욱여넣게 되는. 장전된 총을 당기지 못하는 것처럼, 항상 목구멍에 걸려 다시 들어가는 그런 말들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결함에 대해서, 나는 발언하지 못한다.
차라리 몰랐다면 좋으련만. 함께한 시간의 무게는 버겁다. 나를 타인에게 깊게 가라앉혀 잠기게 만든다. 다른 이에겐 보여주지 않았을 민낯들, 시간이 허락한 그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된다. 이것들은 마치 핸드폰 액정에 난 미세한 흠집처럼, 끊임없이 내 신경을 거슬린다.
특히 다툼이 있었을 땐, 이런 이해들은 오히려 독이다. 상대방이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건지, 왜 이런 태도가 나오는지 너무 잘 보인다. 또 이러네. 또 시작이네. 이젠 공연조차 하지 않는 뻔한 극을 보는 것 같다.
이럴 땐 그냥, 시원하게 말하고 싶다. 그냥, 방아쇠를 당기고 싶다.
네가 먼저 시작한거야.
그렇게 좀 말하지 말라니까.
그것 좀 고쳐. 또 그런다 또!
넌 그런 게 문제야. 아직도 모르겠어?
그러나
이 모든 건 결국 나의 해석일 뿐이기에.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면 어떡하지? 내 말에 상처받으면 안 되는데.
나이기에 더 당신을 헤집어놓을, 깊게 박힐 아픔들인데.
차라리 조금이라도 사소한 것이었다면 웃으며 말했을 텐데.
저 수많은 문장을, 날카로운 어조 대신 웃음과 함께 뱉을 수 있었을 텐데.
차라리 내 모든 이해가, 거짓된 것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저는 당신의 결함을 알기엔 충분하지만
당신의 결함을 말하기엔 부족한가 봅니다.
이해를 해야 공감을 하고, 공감을 해야 사랑을 한다는데
저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너의 아픔을 걱정하고
그대를 이해하지 못했다 말하렵니다.
결국 제 사랑은
아직은 침묵 속에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