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가 낀다고 겁먹지 말자

by 바람결

요즘 날씨가 꽤나 추워지더니, 창문에 성에가 끼기 시작했다. 특히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는 성에가 정말 유리창을 뒤덮어서 창밖이 뿌옇게만 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괜스레 밖에 나가기가 망설여진다. 밖이 도대체 얼마나 추운 걸까. 그냥 오늘은 집에 있을까. 겨울 이른 아침, 밖으로 나서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성에는 마음속에도 피는 것 같다. 차가운 겨울공기는 괜스레 자조와 후회를 싣고 온다. 분명 숨 쉴 틈 없이 살아온 것 같은데, 막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한 해 동안 뭘 한 건지 싶다. 자꾸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과거의 미련이 피어오르고. 내년에는 또 어떻게 버티지, 겁이 밀려오기도 한다. 연말은 참 나를 초라하게 한다.


그러나 이건 우리의 마음에 낀 성에일 뿐이다. 추운 날 유리창에 성에가 끼는 것처럼, 찬바람이 몰고 온 과거가 영혼의 표면에 들러붙었을 뿐이다. 성에가 많이 낀 이른 아침에도, 나가보면 밖은 생각보다 춥지 않다. 나의 체온은 따듯하고, 그걸로도 모자라면 다른 이의 손을 잡으면 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성에는 스스로 자취를 감춘다.


성에는 성에일 뿐이다. 아무리 흐드러지게 핀다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간단히 사라진다. 그러니 우리의 체온을 잊지 마라. 한 해 동안 해온 것은, 잊기 일쑤지만 우리를 따스하게 하는 체온처럼 은은히 나의 안에 흐르고 있다. 지나간 시간들은 모두 나의 최선이었다. 겨울이 쌀쌀하다고 나의 최선을 폄하하지 말자.


물론 체온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혈류가 돌아도 손과 발은 시리기 마련이다. 그럴 땐 남의 손을 잡아보자. 누가 먼저 손을 내밀든 서로의 온기가 나뉘는 것은 똑같다. 서로 응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를 응원해 주든, 내가 누군가를 응원해 주든. 서로 간에 분명 삶의 용기가 나뉠 것이다. 처음엔 가까운 사람부터. 가족, 친구, 연인을 응원하자. 다음으론 지인들. 상사, 옆집 사람, 선후배를 응원하자. 다음엔 타인을 응원하자. 정말 평범한 사람들. 카페 사장님, 택배 기사님, 가게의 종업원 분들을 응원하자. 그렇게 마음의 온도를 올리다 보면, 표면에 성에가 끼어도 겁이 나지 않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