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고도 돌아올 수 있게

by 바람결

인간은 연약하다. 정말 한순간에,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건강이 안 좋아질 수 있다. 화장실 바닥에 미끄러져 크게 다칠 수도 있고, 단순히 여행을 다녀왔을 뿐인데 급성 장염에 시달릴 수도 있다. 우리는 망각하며 살아가지만, 인간의 몸은 참으로 연약하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점검해도, 이렇게 갑작스레 닥쳐오는 사건들을 막을 수는 없다. 정말 아주 잠깐 방심했을 때 일어나는 일, 아니면 아예 생각조차 못한 불운을 어떻게 피하겠는가. 아픔에 몸부림칠 때면 내가 5km를 몇 분에 뛰든, 영양제를 몇 개를 먹든 그런 것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차피 이렇게 아플 거라면, 왜 그토록 아등바등 몸을 챙겼나' 하는 허무함마저 밀려온다.


그러나 아픔이 지나가고, 회복기가 되면, 쌓아온 시간의 진가가 드러난다. 진정한 차이는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오는 곡선의 기울기에 있다. 평소에 다져놓은 근력, 건강한 혈관, 규칙적인 땀방울로 만들어진 면역체계. 이 모든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가려 하는 관성. 바로 이 관성이, 나를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한다.


방치되었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한 달이 걸린다면, 묵묵히 몸을 닦아온 자의 몸은 단 몇 주, 며칠 만에 일상으로 복귀할 힘을 낸다. 열이 조금만 가셔도 떠오르는 '오늘 운동은 못했네.', '내일은 할 수 있으려나' 같은 생각들. 며칠만 누워있어도, 열을 내고 싶어 근질거리는 몸. 내 삶 깊숙한 곳에 새겨진 건강한 기억들은 내 몸을 원래의 궤도로 맹렬히 끌어당긴다.


우리가 매일 무거운 바벨을 들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리고, 달콤한 야식의 유혹을 참아내는 이유는 영원히 아프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필연적으로 다치고, 병들고, 늙어간다는 그 서늘한 진리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별안간 닥쳐오는 불행이 내 삶을 덮쳤을 때, 그 불행이 내 일상을 영원히 잠식하지 못하도록. 며칠 앓아눕더라도, 기어이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나의 두 다리로 온전히 일어설 수 있도록.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인과는 오직 앞으로도 쌓아갈 시간뿐이니까.

나는 오늘도, 기꺼이 땀을 흘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