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범(率先垂範)

by 바람결

관계란 필연적으로 서로의 모서리가 부딪치는 일이다. 일상이라는 궤도 위에서 타인과 공존하다 보면, 유독 거슬리는 지점들이 눈에 밟힌다. 누군가의 날 선 말투, 배려 없는 예민한 표현, 무심코 던지는 무례한 농담 같은 것들. 그 뾰족함에 찔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수십 번도 더 그것들을 고쳐놓는 상상을 하곤 한다.


다만 나는 타인을 바꾸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력한 지 잘 알고 있다. 지적은 조언이라기보다 비난으로 들리기 쉽고, 돌아오는 것은 개선된 태도가 아니라 붉어진 얼굴과 상해버린 감정뿐이다. 사람은 논리로 설득당하지 않는다. 애초에 내 논리조차 완전할 수가 없지 않은가. 지금 당장 말 몇 마디로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들의 뾰족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대부분 개인의 비명일 때가 많다. 유독 힘들고 지친 하루, 마음의 여유가 바닥난 상황,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궁지에 몰렸을 때 튀어나오는 방어기제 같은 것들 말이다. 그 날카로움은 성격의 문제라기보다, 상황의 비극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그런 궁지에 몰렸을 때다. 상황이 좋을 때 여유를 부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나에게 유독 힘들고 지친 날, 감정이 벼랑 끝에 몰린 순간에도 기어이 나의 '올바름'을 유지해 내는 것. 무너지고 싶은 순간에 무너지지 않고, 날카로워지고 싶은 순간에 나를 다잡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품격이다.


타인을 바꾸고 싶다면, 이런 나의 '올바름'을 보여줘야 한다.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것은 하나의 확실한 태도다. 그들에게 바라는 정중함을, 그들에게 기대하는 이해와 배려를 내가 먼저 행하는 것. 내가 믿는 바른 삶의 방식을 묵묵히 실체로 증명해 보이는 것만이 유일한 설득이다.


내가 흔들리지 않는 '올바름'으로 단단히 서 있을 때, 그 기운은 필연적으로 주변에 스며든다. 차분함은 상대의 날 선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단정함은 상대의 무례를 거울처럼 비춘다. 그렇게 내 삶 자체가 기준이 되어, 자연스레 주위의 공기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말로 맞서려 하지 마라. 가장 바꾸기 힘든 것은 나 자신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확실한 열쇠 또한 나에게 있다. 하루하루 누군가를 탓하며 소란스러워지는 대신, 고요히 나의 삶을 정갈하게 닦아나가라.

내가 바르게 서야, 비로소 내 세상도 바르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