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
3편.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학교에서 배운다 3편.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학교에서 배운다
3편.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학교에서 배운다
잘 먹고 잘 놀고 많이 보고 배워야 건강하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국가가, 지역사회가, 학교가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만큼은 공정하고 공평한 경험치를 제공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
지금 20대 청년들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초·중·고교생이었다. 그때 중학생들이 지금 20대 중반이 되었고, 당시 고등학생들은 갓 서른을 넘겼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중학생은 지금 대학생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학교 현장에 ‘교육서비스’라는 개념이 들어왔다. 자본의 논리가 학교 안으로도 들어온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인수위 시절부터 ‘영어 몰입교육’을 운운하면서 교육 시장화를 확대하였다. 0교시 부활, 우열반 편성 허용, 학교 보충수업에 학원 참여 허용, 촌지 규제 조치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4·15 학교 자율화 조치’는 자율화, 다양화의 포장을 쓴 학교의 자본화, 시장화 정책이었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면서 초등학교에서도 0교시 운영, 자율학습, 문제풀이식 교과수업 운영, 체험학습과 예체능 수업 감소 등의 파행이 일어났다. 당시의 보고서나 보도 기사에서 이런 논란은 물론이고 시험을 거부한 교사들을 징계한 일까지 찾아볼 수 있다. 당시의 초등학생이 2020년 현재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요즘 청년이라 불리는 세대가 된 것이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충분한 휴식’이나 ‘건전한 여가생활’을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자란 셈이다. 더불어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시간도 부족했다. 이들은 어떻게 놀아야 잘 노는 것인지 모른 채 한 사회의 청년으로 자란 것이다.
자율성과 교육 경쟁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적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그나마 자유학기제와 학교스포츠클럽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과 다른 길을 제시하려고 하였다. 자유학기제는 2014, 2015년 희망 학교에 한해 시행되다 2016년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중학교의 총 6학기 중 한 학기를 선택해서 시험을 보지 않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발굴하자는 취지이다. 시작 단계에서는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 준비가 부족한 학교와 교사는 한 학기를 체험 활동으로 채우는 데에 서툴렀다, 교과서 위주의 수업을 탈피하고 시험도 보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했고, 학원 의존도는 높아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습에만 내몰렸던 우리나라의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찾고 문화 감수성을 키우도록 다양한 체험 활동을 마련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교육 정책은 학교스포츠클럽의 활성화였다. 스포츠클럽 시간을 운영해 체육 시간을 늘리고 모든 학생들이 1 종목 이상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해, 전체적으로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동을 확대하였다. 엘리트 위주의 학교 스포츠 정책에서 벗어나 일반 학생들이 즐기는 생활 스포츠 정책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더불어 예술교육활동 중점 지원도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전문 강사를 통한 예술 교육을 지원하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등을 마련해 예술 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유학기제와 학교스포츠클럽 제도는 더욱 확대되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자유학년제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자유학기제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교사들의 전문성이 더해지고, 각급 기관과 연계하여 심화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고 이어 자유학년제로 확대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학교스포츠클럽리그가 진행되면서 많은 학생들의 참여와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일선 학교의 교사들이 고민과 협업을 통해 정책에 숨을 불어넣고 알찬 내용을 채워 넣은 결과이다. 학습부담이 적어지거나 진학의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 방법을 마련해 준 것은 큰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에서 눈여겨볼 교육 정책은 독서 교육의 강화, 예술교육 및 창의융합교육의 확대다. 전 교과의 독서 연계 수업, 도서관 재정비, 사서 교사 의무적 배치 확대 등의 실제적 방안을 통해 독서를 강조하고 있으며 예술교육과 창의융합수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신체 활동에 이어 정서적 활동으로 중점 교육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균형 잡힌 성장이 가능하도록 세심하게 마련된 교육 정책이다. 지금 아이들은 앞 시대 아이들과는 분명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낼 청년 문화가 공부와 학교, 학원, 독서실만 알던 청년들이 만든 것과 어떻게 다를지 자못 기대된다.
아직 계층 간 이동이 어렵고, 학생들은 무한 경쟁을 해야 하고, 부모의 능력과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의 학업성취도 수준과 진학 결과가 달라지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 부분에서 불평등이 완화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학생들은 적어도 학교 안에서는 공평한 경험을 제공받고 있다. 전시회, 음악회, 토론회 등의 인문학적 소양과 예체능 수업을 받을 기회와 혜택이 계층에 따라 격차가 크던 과거에 비해 학교 교육과 활동으로 그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얼마 전, 이삼십대 청년들이 이태원 클럽 등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면서 코로나19가 조용히 전파되었다. 다수의 매체를 통해 철없는 젊은이들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위중한 때에 굳이 감염 위험이 높은 클럽에 모인 이유를 그들이 자라온 교육 환경에 비춰 분석한 목소리는 드물었다. 이들 청년들이 과연 공교육 시스템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예체능 활동을 지원받았는지, 노는 방법과 그 놀이의 사회적 의미를 학교에서 배웠는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적 영역에서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산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답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