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녀석이 있다

똥내 나는 운동화

by 바람

오늘 마지막 수업이 체육이면...

종례 하러 좀 늦게 들어가야겠네.

녀석들 체육복 갈아입느라 부산하겠구먼.

뜸을 들이다 교실로 갔다. 뒷문에 기대고 녀석들이 자리에 앉길 기다리고 있는데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비누 없이 물로만 헹군 젖은 머리 냄새와 덜 마른 땀 냄새.... 만이 아니라 똥내가 가득하다. 뭐지? 웬 똥 냄새?

녀석들도 코를 잡고 난리다.


“야! 누가 똥 쌌어?”

“어떤 새끼야?”


진하게 풍기는 똥내와 범인 색출 소리로 교실이 어지럽다.

강수가 일어섰다. 아무렴, 얌전히 있을 놈이 아니지.

“미친 새끼, 똥은 화장실에서 싸야지!”

욕설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탐정이라도 된 냥 코를 킁킁 거리며 좌석 사이를 탐색한다.


목소리가 가장 크고 수업 시간이건 쉬는 시간이건 취미 삼아 ‘일탈 행동’을 하는 녀석이다. 수업 시간에 교실보다 복도, 복도보다 교무실에 더 자주 머무른다. 부모님과 과목 선생님들은 골머리를 앓는데 당사자인 녀석은 그저 즐겁다. 즐겁다 못해 해맑게 자기 삶을 즐기는 녀석이다.

컴퓨터가 부서지도록 게임에 몰입하는 집중력, 친구들이 부르면 당연히 달려가는 의리, 수업 시간에 졸리면 우스갯소리로 다른 친구들의 잠까지 깨우는 이타심, 친한 친구가 맞으면 떼거리로 몰려가 싸우는 의협심 등이 남다른 녀석이다. 배고프면 수업 시간에 늦더라도 편의점에 들러서 배를 채우는 생존 욕구,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재빨리 차지하기 위해 급식실의 긴 줄은 잠깐 무시하는 융통성, 학원 가기 전에 잠깐이라도 PC방을 들르는 꼼꼼함, 그러기 위해 청소 당번쯤은 가볍게 다른 친구에게 넘기는 사교성 등이 차고 넘친다. 어떤 맛인지 담배도 피워봐야 하고, 술도 마셔봐야 하는 호기심이라고 없을까. 이러쿵저러쿵 규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하면 길게 듣기 싫어 바로 수긍하고 벌을 받는, 어른에 대한 예의도 갖췄다. 그야말로 자기 본능과 욕구에 솔직한 녀석이다. 그 녀석이 똥내를 못 참고 일어섰다.


똥을 왜 교실에서 싸냐, 똥 싸고 똥도 안 닦고 나온 거냐, 옷에 똥을 싼 거냐 등등 랩 하듯 쏟아내자 아이들은 웃고 난리다.


“이 새끼잖아!”

순간 시선이 한 곳으로 몰렸다. 영민이다.

강수가 멈춘 자리에는 영민이가 앉아 있었다.

영민이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대신 조용히 PC방에서, 온라인 속에서 자기 존재감을 지키는 녀석이다.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할 수도 없을 만큼 게임 캐릭터를 통해 살아가는 중이다. PC방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강수조차도 영민이의 PC방 출입을 말리고 담임인 내게 ‘꼰지를' 만큼 영민이는 PC방과 게임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새끼 신발에 똥 묻었어! 야, 체육 시간에 너 어디에 있었는데 똥이 묻냐? 똥 묻었으면 닦고 와야지.”


영민이가 당황할 텐데...

체육 시간에 영민이는 아마 철봉 근처의 풀밭에서 조용한 친구들과 게임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어슬렁거리는 동네 개가 운동장까지 들어와 풀밭에 싸 놓은 똥을 밟은 줄도 모르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민 얼굴이 달아올랐다.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자기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한다. 이 소동이 일어나는 중에도 녀석은 자기 신발에서 똥내가 나는 줄은 전혀 모른 눈치다. 영민이는 그런 녀석이다. 같은 공간 속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는 녀석이다. 강수가 자기 옆에서 떠들어야 비로소 이 소란한 공간으로 넘어왔을 것이다.


아이들은 영민이 더러 나가서 닦으라고 난리다. 영민이가 더 굳겠다 싶어 끼어들려는 순간, 강수가 나선다.

짐짓 잘난 체하는 과장된 몸짓으로.


“야, 야~ 신발 신고 나가면 교실에 똥 묻어.”


그러고는 몸을 굽혀 영민이 신발을 벗기고 자기가 신고 있던 슬리퍼를 영민이 발에 신긴다. 슬리퍼 신는 것도 실은 학교에서 금지하는 것이다.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맨발로 영민이 신발을 들고 유유히 교실을 나선다. 아이들 시선이 강수를 따라가자 영민이 얼굴이 자기 색을 찾는다.

남은 시선을 거둬야지.

종례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모른 체하려는 숙제와 밀린 가정 통신문 확인서 제출 등의 중요한 일들 환기와 더불어 은근한 협박 등으로 종례를 하는 중에 강수가 돌아왔다. 개선장군처럼 운동화를 높이 들고서.

깨끗하게 닦인 운동화를 영민에게 건네고 자기 슬리퍼를 찾아 신고 자리로 돌아간다.

체육복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다. 아마도 저 상태로 친구들 걸음에 휩쓸려 돌아가지 싶다. 교문을 나서기 전에 또 잡히겠지. 왜 체육복을 교복으로 갈아입지 못했는지 이유도 까먹고 벌을 받거나 벌점을 받거나 할 것이다. ‘에잇, 짜증 나.’ 하면서 벌을 빨리 끝낼 궁리를 할 강수 머릿속에서 영민이 일은 벌써 잊혔을 것이다.


그런 녀석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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