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네에서 책 수다 떨기
20200515 낯익은 다짐
밴드에 올라오는 글로 스승의 날인 것을 알았다.
퇴직 전부터 시간 기부하고 있는 독서 모임을 퇴직 후에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많은 아이들이 들고나갔다. 지금 모임에 나오는 녀석들은 3~5년 정도 함께 활동한 친구들이다. 글을 읽으니 낯익은 다짐이 떠오른다.
독서 생활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부모들에게 알려주겠다는 다짐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 경험한 아이들의 학습된 무기력, 부족한 공감 능력, 학습 곤란과 그것에서 비롯된 체념 등의 시작점에 상당 부분 읽기 부족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읽기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머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알지만 못한다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공부하기 바쁘고, 학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독서에 들일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 게다.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독서를 하면서, 다른 이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게으른 일상을 보내느라 그 다짐을 잊고 있었다. 습관이 됐으니 모임에 나가고, 하던 일이니 책을 읽고 권했다.
아이들이 올린 글 중에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다.
학원을 끊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지금 ###(모임 이름) 덕분에 학원도 끊고 성적도 오르고 학원의 숙제, 스트레스에 치이지 않는 행복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이 아니었다면 저는 스스로 생각하지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제 것이라 믿었을 거예요. 모두가 가는 길을 따라가기만 했던 저는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즐거움을 누릴 시간이 많아지고 통찰의 쾌감까지 경험할 것이라고 아이들을 ‘꼬셔 왔다.’ 녀석들이 그에 대한 답을 해준다. 책을 읽으니 알아 가는 즐거움이 크고, 알아야 할 것을 몰랐던 것을 반성하게 되고, 나 이외의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올바른 삶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대답을 해주고 있다.
몇 년 전, 학교의 독서 특강으로 만난 친구가 이런 소감을 남겼었다.
"책은 상처 받은 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치료한다. 시집이나 에세이 등으로.. 다양한 감정의 공유로 멀리 있어도 바로 옆에서 다독임 받는 기분이 든다. 책은 커다란 전달력의 힘을 가지고 있다.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의 하소연을 확성기처럼 전달할 수도 있고, 책 내용의 모습을 간접 체험할 수 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책과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해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하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책은 1도 안 읽었어요! 지루하고 읽을 시간이 없어요. 공부해야 되는데..' 등의 이유를 대면서 그동안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교실이건, 학교 밖이건, 첫 독서 수업에서 만난 아이들 대부분의 반응은 이랬다. 그러던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고, 소감을 말할 수 있게 되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깊이를 더해 가는 것은 순차적으로 따라왔다. 위의 소감이 말하듯, 아이들은 책을 읽고 치유를 경험했다. 교실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서로 위로를 하고 위로를 받는다. 그 공간에 있지 않은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경험도 공유했다. 타인을 받아들이는 소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들 스스로 책을 찾는 단계에 이른다. 어떤 책을 읽을지 묻기도 하고 자신이 읽은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감정의 치유에서 타인과의 소통, 세상에 대한 관심, 무지의 인지 등으로 단계를 밟아 간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들과 강사들은 많다. 나 또한 그 책들을 읽었었다. 그에 비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읽고 소감 나누는 활동이 왜 중요하며 어떻게 소감을 나누는지 알려주는 책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것을 담으려 한다. '1도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어떻게 책을 찾아 읽게 되는지 그 경험을 나누려 한다. 학교와 학교 밖 공간에서 만난 책 읽기와 거리가 멀던 아이들, 그 아이들과 책을 읽은 경험, 함께 성장해 간 경험, 학원과 과외에서 멀어지면서도 지적 성장과 자신감 상승을 경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모임도 잠시 멈췄다. 장기화될 줄 몰랐다. 아이들이 수업하고 싶다며 졸라댔다. 책만 읽고 있으니 심심하단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소통하고 싶다고 한다. 방법을 찾으라 했더니 녀석들이 움직였다. 책 읽고 수다를 떨었던 그동안의 시간이 녹아 나오는 중인가 보다. 생각을 공유하고 의논하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안다. 단톡방에서 방법을 묻고 찾고, 설문 조사를 한다. 수업 방식이 결정되었다며 알려 준다. 세 번의 온라인 수업을 했다. 대면 수업보다야 현장감이 떨어지지만, 대안을 찾은 것으로 녀석들은 만족해했다.
이 공간에서 책 읽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갈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