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
2편, 공적 교육시스템
1편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 덜 자고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은 종류의 학습을 하면 성공할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9월 6월의 평가시험 점수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9월 개학하자마자 치른 시험에서는 앞에서 보았듯이 1학년 때는 큰 차이가 없고 5학년에 이르러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 그 결과를 놓고 빈곤층 어린이는 타고난 능력이 부족하고 학교 시스템은 빈곤층 어린이를 잘 가르치지 못하기 때문에 빈곤층과 상류층 어린이의 성적 차이가 나는 것인지도 물었다. 아래의 표를 보자.
연구 결과 출처 : 여름방학의 영향에 대한 연구 'Schools, Achievement, and lnequality: A Seasonal Perspective', 칼 L.알렉산더(Karl L. Alexander), 도리스 R. 엔트와일(Doris R. Entwisle), 린다 S. 올슨(Linda S. Olson), <Evaluation and Policy Analysis> 23, no. 2(Summer 2001)
<표 1>의 결과를 보면 학교 교육에서 차이가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9월 개학한 후 6월 마지막 평가시험을 치르기까지 학교 교육은 이 학생들에게 고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표 2>는 3개월의 여름방학을 보내고 개학해서 치른 시험의 결과다. 1학년 때는 6월 시험보다 읽기 평가에서 빈곤층 어린이는 3.67점 떨어지고 상류층 어린이는 15.38점 오른다.
<표 1>과 <표 2>의 결과를 놓고 보면 상류층 아이들과 빈곤층 아이들의 차이는 긴 여름방학 동안 그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상류층 아이들은 다른 문화권으로 여행을 다니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견학하는 문화 체험을 하고 여름 캠프 참가 등 온갖 특별 프로그램을 경험한다. 집에는 읽을 책이 가득하고 부모를 포함한 주변 어른들의 충분한 지적, 정서적 보살핌을 받는다. 반면에 빈곤층 아이들이 학교가 문을 닫은 여름방학 동안 경험하는 학습과 체험 활동의 양이 현저하게 적다. 학교 이외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밖에서 노는 것이 전부이다. 결국 방학을 지내고 난 후 치른 9월 평가에서 차이가 난다. 학년이 오를수록 차이는 더 벌어져 4학년 마친 시점에는 읽기 평가에서만 무려 52점이 넘는 차이를 보인다.
빈곤층 어린이에게 방학 중 교육시스템이 제공되지 않는 것을 문제로 파악하고 뉴욕시에서는 키프(KIPP) 아카데미라는 공립학교를 운영했다. 키프(KIPP)는 1990년대 중반 뉴욕의 공립학교에서 시작된 ‘아는 것이 힘 프로그램(Knowledge is Power Program)’의 약자다. 4학년 때 지원할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뽑는다. 키프 학교의 학생들은 방학 동안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3주일 더 수업을 받는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빈곤층 학생에게 학습의 경험을 늘려주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아시아 학교의 높은 수업일수를 비교 근거로 제시한다. 한국의 상황에 이 근거를 적용할 수는 없다.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면 성공한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한국은 이미 수업일수 또는 학습량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 공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 높은 학원 수강 비율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만나는 교육의 내용과 교육적 자극이다.
‘성공은 지능보다 얼마나 많이 노력했느냐의 문제다’라고 믿어버리면 무수한 실패자들이 노력하지 않은, 불성실한 사람들로 인식되고 결국 성공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될 위험이 있다. 일만 시간을 들였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만 시간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었느냐의 문제다. 덧붙여 일만 시간의 내용이 어떠했느냐도 중요하다. 모든 개인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 일만 시간을 투자할 수 있거나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편에서 한숨 쉬는 아이와 부모가 공부 못하는 것을 아이의 탓으로 여기면 더이상 공동체의 의무와 책임을 논할 필요가 없다.
중·상류층의 집중양육과 비견할 수 있을 만큼의 공적 교육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점차 우리 사회는 이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무상급식, 중학교 의무교육에 이어 고교 무상 교육까지 나아갔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과 돌봄 교실 운영 등 교육 부분에서 환경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학교 개학이 미뤄지고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요즘이다. 방역과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돌봄과 교육 여건이 잠시 개인의 몫이 되었다. 정부가 온라인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을 제공하기는 하였지만 교육적 자극은 가정마다 다를 것이다.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들 수업을 챙기고 도와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일부 부모들은 학원과 과외 수업을 통해 수업 결손을 해결하고 있다. 집에서 자녀의 학습을 도와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불안함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마저도 선택할 수 없는 부모들은 애만 태운다. 코로나19는 감염의 위험도 가져왔지만 다른 이유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활 방역의 효과가 커지길 기대할 뿐만 아니라 활발한 연구로 백신 개발이 앞당겨지길 바란다.
3편에서 공적 교육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개인의 영역에서 더 시도해 볼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