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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1

시간의 침묵

by 이미숙

나이가 들면서 시간 속에 존재하는, 아니 촘촘한 침묵의 그물로 엮인 채 고요히 흐르는 시간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겨울이 봄을 낳고 봄이 여름을 여름이 가을을 낳는가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든 생각은 침묵 속에서 오늘 하루가 몸을 일으키듯이 부지런히 피어서 지는 계절 또한 침묵 속에서 피고 진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라는 침묵의 틈 사이로 우리는 삐쭉 고개를 내밀어 엄마도 되었다가 선생도 되었다가 친구도 되었다가, 그 무엇인가가 되었다가 사라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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